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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대한민국의 창’을 바꿔 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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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경봉 이건창호시스템 사장이 서울 양평동 사무소에서 시스템 창호 제품을 놓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안성식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인천국제공항과 제주 신라호텔·타워팰리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곳의 문과 창은 모두 올해로 창사 20주년을 맞는 이건창호시스템의 제품이다. 이 회사는 1988년 국내 처음으로 시스템 창호를 선보였다. ‘바람막이’ 정도로 여기던 창호에 과학과 기술을 접목해 ‘창(窓)’의 개념을 바꿨다는 평을 듣는다. 2005년부터 회사를 이끄는 이경봉(60) 사장은 “창호만 제대로 써도 에너지를 30~70%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호는 채광·환기·단열·방음에서부터 인테리어와 방범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매우 밀접하지만 정작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80년대 후반만 해도 창호는 ‘새시’라고 불리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문은 잘 닫히면 된다고 여겨 제작과 시공은 주먹구구식이었다. 비가 새거나 찬바람이 들어와도 그러려니 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건산업의 박영주(66) 회장은 생각이 달랐다. 소득이 늘고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 실용적이고 디자인이 뛰어난 시스템 창호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미래 사업으로 ‘창호’를 택했다.

 처음에는 미국식 창문을 고려했지만 국내 주택 구조와 맞지 않았다. 독일로 방향을 틀었다. 기술 제휴를 하려고 87년 독일 빌러펠트의 슈코사와 접촉했다. 일본 시장의 10분의 1 수준이던 한국은 안중에 없는 듯했으나 이건산업의 실적을 내세워 설득하자 조금씩 마음이 움직였다. 이듬해에 슈코사와 기술 제휴해 이건 직원 10명이 독일에서 3주 동안 시스템 창호의 디자인 및 제조·시공에 대한 노하우를 배웠다.

 그해 경기도 안산공장에서 첫 제품이 나왔다. 알루미늄 새시 일색이던 창호 시장에 고급제품이 나왔다는 소문은 났지만 값이 문제였다. 대형 주택의 창호 값과 시공비를 합하면 당시 중형 승용차 한 대 값이었다. 고급 빌라촌 판촉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서울 오륜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가 이건창호의 첫 고객이 됐다. 단지 내 복층 아파트가 구세주였다. 복층은 일반 새시로 시공이 어려워 이건 제품이 먹힌 것이다. 차제에 운명을 바꾼 호기가 또 찾아왔다. 89년 제주 서귀포 중문에 신라호텔 건설이 한창이었다. 창호업체 선정에 고심하던 호텔 측은 이건창호와 일본 업체에 사라호급의 태풍에도 견딜 창호를 요구했다. 넉 달간의 연구를 거쳐 최대 중심 풍속 85m, 평균 초속 45m에도 끄떡없는 한국식 시스템 창호 ‘로얄S’를 들고 가 수주에 성공했다. 이후 주택 고급화 추세로 시스템 창호의 수요는 급증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같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붐도 호재였다.

 이건창호는 고가 창호 시장의 60% 정도를 점한다. 무엇보다 기술력 덕분이다. 포스코건설이 2005년 부산 해운대에 지은 54층의 주상복합 건물인 센텀시티가 한 예다. 건설사 측은 염분에 강한 PVC로 창호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PVC는 강도가 약해 10층 이하의 건물에 쓰는 게 관례였다. 초고층 건물에 PVC 창호를 쓰는 건 모험이었다. 기술연구소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철을 보강재로 넣고 3중 보호막을 쓴 고강도 PVC 창호를 개발해 냈다. 이 사장은 “50층 넘는 고층 건물에 PVC 창호를 쓴 건 세계적으로 아마 유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국내 창호업계로는 처음 해외로 나가 2006년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의 창호를 설치하는 850만 달러의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이건창호의 요즘 관심사는 신재생에너지다. 창문이나 발코니 같은 건축 자재에 태양전지를 깔아 에너지를 만드는 건자재 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인 ‘이건 솔라윈’이 주력 상품이다. 지난해 11월 전남 구례군에 시공 사례도 있다.

글=하현옥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설립:1988년
■대표이사:이경봉 사장
■본사:인천 도화동
■사업장:제1공장(인천 도화동), 제2 공장(경기도 평택시 만호리), 서울영업소(서울 양평동)
■임직원:373명
■자본금:122억원
■품목:시스템 창호·커튼월·BIP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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