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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인터뷰>부동산실명제 조타수 홍재형 부총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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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연말.연초를 가장 바쁘게 보낸 이 중의 한 사람이 홍재형(洪在馨)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다.정부 조직개편과 함께 초대(初代) 재정경제원장관으로 「재신임」을 받으면서 과거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치느라 시간에 쫓겼고,알고보니 그 와중에 부동산실명제라는 밀명(密命)을 받아 「티 안내고」 일을 하느라 바빴었다.더구나 올해는 정치적인 상황까지를 다 고려해가며 달아오른경제를 안정기조로 연착륙(軟着陸)시켜야 하는 어려운 일에 1년내내 매달려야 한다.김영삼(金泳三 )대통령에게의 업무 보고를 끝낸 洪부총리를 본사 김수길(金秀吉)경제부장이 만나 부동산실명제등의 현안과 함께 올해 경제의 운용 방향등을 들어 보았다.
-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혹시 또 다른 「비밀 작업」을 하고 계신 것은 없습니까.
▲없다고 해도 믿지 않으실 것 아닙니까(웃음).
금융실명제와는 달리 부동산실명제는 자산의 급격한 이동도 없을것이고,따라서 긴급명령 형태가 아닌 정상적인 입법 과정을 밟으며 충분한 토론과 여론수렴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지금으로서는 2월말 임시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는 목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법 시안(試案)을 보면 과거를 캐기보다 양성화(陽性化)시키는데 더 비중이 두어져 있던데,금융실명제 때도 결국 그같은 문제를 놓고 고민이 많았지 않았습니까.
▲정상화 과정에서 과거의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기왕에 성실하게법을 지킨 사람들과의 형평 차원에서 원칙적으로는 처벌하되 서민생활의 불편을 해소하는 쪽으로 일부 예외는 두겠습니다.
미래지향적으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다들 찬성하면서도 막상 과거의 행위를 어디까지 용인할 것이냐를 놓고는 서로 의견이 달라,예컨대 건설교통부등 관계부처에서는 법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외를 인정한 뒤 다시 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인데,반면 너무 일관성만 강조하면 실명화를 피하고 계속 숨어 있을 경우가 많아져 조화를 이루는 것이 긴요합니다.
-위헌 여부 논란에 대한 극복 논리는 완벽하게 준비되었습니까. ▲실소유자가 재산을 되찾아올 수는 있되 형사처벌.과징금등 불이익을 받게되는 것이 부동산실명제의 골자입니다.따라서 권리회복이 어려워지기는 하겠지만 헌법상 재산권 침해는 아닙니다.
-양도담보.가등기등으로 실명제를 피해나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생각입니까.
▲유예기간 후에도 명의신탁 혐의가 있는 가등기.근저당 설정등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조사를 실시토록 할 생각입니다.
미등기나 중간생략등기는 엄한 처벌을 하고,양도담보는 명의신탁으로 악용될 소지가 적기는 하지만 이 역시 좀 더 심도 있게 검토하겠습니다.
-명의신탁에 대한 단속이 잘 될까요.
▲실명제를 뒷받침하려면 등기과정에서 소유자 실질심사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장기 과제로 이 문제를 검토하겠습니다.
1월부터 가동되는 토지전산망과 함께 96년 이후에는 금융전산망과도 연계해 부동산 실명제의 실효성을 높이겠습니다.
또 올해 조세연구원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합동으로 토지관련 세제 전반에 대해 연구,「중장기 토지세제 개선방안」을 마련해 실명제 정착을 돕겠습니다.
-사실 올해 경제의 최대 현안은 안정인데,부동산실명제가 갑자기 알려지면서 관심이 죄다 실명제에만 쏠려 있습니다.결코 말처럼 쉽지 않은 과제가 경제안정인데,정부의 안정론이 어째 원론(原論)수준에 머물러 있고 정교한 각론(各論)까지 들어가 있지 못하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안정을 위한 변수 또한 다들 민감하기 짝이 없는 것들 아닙니까. 통화를 조인다고 하면 금리가 튈 것이고,환율 또한 정부가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 없는 것이고….결국 여러가지 정책수단을 조화롭게 구사해가겠다는 것 외에는 달리 말할 방법이 없습니다. -항상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비밀 작업을 단골로 맡게 되는 모양이지요(웃음).그러나 민감한 자금시장이나 외환시장과는별도로 올해는 지자제 선거등 정치일정 때문에 안정시책을 무작정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습니까.
▲안정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으므로 그런일은 없을 것입니다.
세계화.선진화되려면 물가안정이 필수고,또 올해 만이 아니라 내년.내후년등을 다같이 놓고 보면 올해 안정쪽으로 가면서 성장률을 서서히 낮추어 가는 것이 평균적인 성장률로는 더 높게 됩니다. 그리고 올해는 경기가 상승 국면에 있어 안정화 시책을 펴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일단 인플레가 생기면 그때 가서 브레이크를 밟기란 어려워지지요.
-현재와 같은 자금시장 구조에서는 통화를 조이면 지방의 중소기업들부터 고통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통화 수위를 낮추면 지자체(地自體)선거에서 여당이 불리해진다는 말이 나와도 안정정책을계속 하시겠습니까.
▲中央日報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물가 안정을 제1의 과제로 꼽고 있다고 나오지 않습니까.그렇다면 안정을 이루는 것이 여당에 더 유리하다고 보아야지요.
결국 각 계층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안정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습니다.
-물가 안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장의 가격기능을 살려나가는 일인데 묘책이 있습니까.
▲가격기능 발휘는 좋은데 임금은 두자리로 뛰면서 물가는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공산품은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할 수 있지만 농업.서비스업은 그렇지못합니다.
따라서 공산품은 값을 안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려줘야 합니다.
공산품이 물가안정을 주도하도록 할 생각인데,작년에 어느 대기업이 가전제품 가격을 내리려고 하니 동업 회사들이 제동을 걸려고했던 바와 같이 공산품 가격을 완전히 시장기능에 맡기기에는 역시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안정을 「유도」할것입니다.물론 그 폭은 점점 줄여가야 하겠지만 정부가 당장 손을 놓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경기는 어떻게 보십니까.
▲모든 정황으로 볼 때 좋습니다.7% 성장은 어렵지 않고 물가도 최선을 다하면 5% 선에서 안정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다만 경상수지 적자가 지난해보다 다소 늘 전망인데 적자의 내용이자본재.농산물 수입 위주여서 괜찮습니다.해외에서 값싼 물건을 들여와 투자를 촉진시키고 물가를 안정시키면 그만큼 국민 실질소득도 높여주지 않겠습니까.
경상수지를 국민경제가 어느정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최근 곤란한 상황에 빠진 멕시코는 적자폭이 국민총생산(GNP)의 7~8%까지 올라갔지만 우리는 올해 경상적자가 80억달러 정도 되더라도 GNP의 2% 범위안에 드는 정도입 니다.
-멕시코의 경우와 대비해 현재 우리의 개방 속도는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멕시코는 핫머니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지요.나라 경제가 나빠지면 이런 돈은 되빠져나갈 각오를 해야 합니다.우리는 다행히 핫머니가 별로 많지 않고,따라서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를 올해 당초 예정대로 15%까지 확대하 는 것에도 문제는 없습니다.
-경기호조로 지난해 세금이 많이 걷혔는데 올해 세제개편 계획은. ▲세수 기반은 넓히되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한 세율을 더 내린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입니다.
-연말연시는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1일은 쉬고 2일은 직원들과 함께 일했었습니다.1일이 마침일요일이어서 교회에도 갔고,그저 쉬면서 「올해 잘 봉사해서 우리나라 경제가 잘 돌아가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오랜시간 감사합니다.
[정리=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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