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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연기·연주하는 오페라가 온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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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06면

미래의 오페라 39죽음과파워스39의 공연 모형

“사이먼 파워스는 엄청난 부자다. 그는 인간을 다른 형태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인생 말기에 그는 위험천만한 마지막 실험에 착수한다. 그것은 바로 그 자신이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퍼포먼스 꿈꾸는 MIT 미디어랩

미국 MIT 미디어랩의 토드 맥하버 교수팀이 구상 중인 오페라 ‘죽음과 파워스(death and the powers)’의 줄거리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오페라와는 전혀 다른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갖가지 첨단 디지털기술을 동원한 미래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올해 9월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에서 초연하겠다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표했다. 미디어랩의 공학도와 함께 세계적인 디자이너·예술가·작가·조명전문가가 한 팀이 돼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에는 다음과 같은 갖가지 디지털기계가 동원될 예정이다.

● 로봇 음악장치
무대 중앙에 샹들리에 또는 하프 모양의 로봇 음악장치가 설치된다. 장치명도 ‘샹들리에’로 정했다.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데 진동에 의해 회전하고 스스로 소리를 낸다.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컴퓨터 장치. 바람개비의 회전같이 외부 움직임을 잡아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규연 기자

● 로봇 배우
사람이나 동물처럼 움직이는 로봇이 선보인다. 로봇 배우는 인간의 몸짓이나 소리까지 흉내 낼 수 있다. 미디어랩 교수들이 디자인한 로봇 배우들은 기계와 인간 사이를 매개하게 될 것이다.

● 다양한 멀티미디어 적용
첨단 멀티미디어가 극장과 콘서트에 적용될 것이다. 멀티스피커가 맨 뒷좌석까지 배우들의 소리를 생생하게 들리게 할 것이다. 무리하게 소리를 증폭시키기보다는 모든 관객이 어디 앉아 있건 간에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특수장치를 사용했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과 고양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한 디지털공연39신타지아39. 고양문화재단 제공

MIT 미디어랩에서는 독창적인 음향기기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드럼연습기도 그중 하나다. 드럼에 헤드폰을 씌워놓은 모양의 전자장치다. 끝에 자석이 붙어 있는 드림 스틱을 전자장치 안에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스틱이 움직여 드럼 치는 자세를 잡아준다. 바람개비가 돌아갈 때 그 강도를 이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장치, 디지털장치가 내장된 전자하프도 개발했다. 이런 장치들이 미래의 오페라를 가능하게 한다.

MIT 미디어랩이 구상 중인 새로운 오페라는 이른바 ‘디지털 퍼포먼스’의 첨단 모습이다. ‘네트워크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모바일 아트’로 불리기도 한다. 영상·전자음악·인터넷·센서기술 등을 라이브 공연에 활용하는 창작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디지털 퍼포먼스가 시도돼 왔다.

지난해 미디어아트센터 나비는 디지털 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음악과 인터랙티브 영상, 현대무용이 어우러지는 ‘Transformation 301’이 개막 공연으로 선보였다. 한국 밴드와 일본에 있는 공연자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사운드와 영상의 전자회로를 변화시켜 즉흥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공연이 폐막을 장식했다. 웹디자이너 유주연(31ㆍ여)씨는 “개념 미술이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것처럼 디지털 퍼포먼스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 ‘새로운 예술의 해’에서 시도됐던 ‘붓으로 그리는 소리’에서는 당시 한양대 작곡과 이돈응 교수(현 서울대 작곡과 교수)가 전자센서 화판을 제작해 나왔다. 크로키를 하면 그 붓터치가 바로 전자음악이 되는 공연을 선보였다. 음악에 맞추어 즉흥적인 춤과 마임도 보여줬다. 지난해 6월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과 고양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한 디지털 퍼포먼스 ‘신타지아(Syntasia)’에서는 문학, 전자음악, 영상, 로봇, 텔레마티크(통신과 컴퓨터를 결합한 정보 서비스)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디지털 총체극을 선보였다.

성균관대 공연예술연구소 고규흔 연구원은 “디지털 퍼포먼스가 지향하는 것은 공감각의 부활”이라며 “시각·청각·촉각 등 감각을 다중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들의 공연 방식”이라고 말했다. 예술감독인 허서정씨는 “디지털 퍼포먼스의 즉흥성·현장성을 공감할 수 있는 관객들의 상호작용이 있어야만 이 분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CT지원 시스템은
정부는 앞으로 세계적인 주요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디지털 콘텐트 산업 부흥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10일 정부는 ‘제3단계 서비스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008년 상반기까지 문화산업진흥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지정된 문화산업진흥지구로 이전하는 문화콘텐트 기업에 취득세·등록세 면제 및 재산세 감면(50%, 5년) 등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개정해 세제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술력 있는 문화콘텐트 중소기업(비상장)이 기업 인수합병(M&A) 추진 시에는 벤처법상 합병절차 간소화 등 특례가 적용된다. 영화·게임 등 콘텐트 기업에는 산업은행을 통해 내년부터 5년간 2000억원을 투자토록 하는 한편 ‘중소기업진흥 및 산업기반기금’ 1500억원도 융자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디지털 융합현상이 확산됨에 따라 방통융합콘텐트, e-러닝, UCC 등 신규 디지털콘텐트 서비스에 대한 지원도 추진된다. IPTV 서비스 관련법, 하위법령 제정 등 법제도 정비하고 디지털콘텐트 기술개발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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