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문제 출제경향-포괄적 주제로 수험생 당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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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문제는 쉬운데 도대체 뭘 쓰라는 건지….』 대학입시 본고사논술시험을 보고 나온 수험생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주요 대학들이 제시한 논제들이 얼핏보면 극히 평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주제여서 정확한 논점을 끌어내 풀어나가기가 힘들었다는 얘기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삶의 과거-현재-미래의 유기적 연결성을 논의의 축으로 하여 오늘날 여러분이 할 일을 제시하라」는문제가 제시된 서울대가 대표적인 경우.
대부분의 수험생은『주제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당황스러웠고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제위원회는 시험후『지나치게 관념적이거나 전문적인 논제를 피하고 학생들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구체적 주제를 골랐다』고 밝혀 이것저것 다 쓰려는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해 논리를 전 개했다면 무난하게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자녀의 자제력배양을 위한 부모,특히 어머니의 역할에 관해 논하라」는 논제가주어진 성균관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자신의 성장과정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가정교육의 구체적 사례를거론하면서 결론을 이끌어 냈다면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학교측은 전망했다.
이밖에「젊은 세대에 관한 기성 세대의 비판을 논박하라」(이화여대),「사회속의 개인의 역할과 보람」(서강대),「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건강한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 소비.경쟁사회의 문제와연관해 균형있게 논하라」(고려대),「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치혼란과 갈등」(한양대),「상황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동국대),「청소년이 대중 우상에 열광하는 문화현상에 대한 관점」(경희대)등의 주제도 같은 요령으로 문제를 풀면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 다만「과학기술의 개념을 통해 사물.현상을 인식할 때 일어나는 혼란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주어진 글을 완성하라」는 주제가 주어진 연세대 논술 2번 문제가 수험생들에게 생소한 주제였고 어느정도의 사전지식이 필요한 문제였다는 평가를 받 았다.
이밖에 경북대는「쓰레기 처리에 대한 총체적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문제를 내 평소 시사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신문을 탐독하는 것이 효과적인 논술 대비책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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