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스타일로 화제뿌리는 安秉郁 서울경찰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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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년을 불과 1년여 앞두고 예상을 뒤엎고 발탁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안병욱(安秉郁)서울경찰청장이 전임 청장들과는 확연히 다른 근무스타일로 4만 수도경찰의 화제가 되고있다.
13일 오전3시 安청장은 아무도 대동하지 않은 채 눈 내린 효자.세검정 파출소와 구파발검문소등을 불시 방문했다.효자파출소근무자들은 불쑥 들어오는 청장을 보고 놀랐지만 安청장은 『추운데 수고가 많다』며 격려하고 파출소 2층에서 순 찰근무를 마친파출소장이 잠자는 걸 『깨우지 말라』며 지켜본 뒤 방바닥이 따뜻한지를 확인하고 파출소를 떠났다.
安청장은 지난주에는 서울경찰청 구내의경식당에 갑자기 나타나 줄을 선뒤 식기에 밥을 받아 함께 먹었다.
『청장님이 예고도 없이 나타나 모두들 당황했지요.별말없이 의경들 사이에 섞여 식사를 했는데 그 다음날부터 밥과 반찬이 훨씬 좋아지더라구요.』 정모(23)의경의 증언.
9일 중부경찰서를 방문한 安청장은 점심시간이 되자 구내식당으로 내려가 직원들과 같이 식사를 했다.
『간부들을 잔뜩 데리고 가면 말단 직원들이 부담스러워서 안됩니다.청장이 그냥 가서 한번 둘러보면 뭐가 잘되고 안되는지 금방 알 수 있어요.』 安청장은 앞으로 관행으로 굳어진 형식적인절차들을 다 줄여나가겠다고 한다.시간을 정한뒤 간부들을 대동하고 가는 방문,수사본부에서 브리핑차트를 잔뜩 만들어 하는 보고,「높으신 청장님」의 격에 맞춘 각종 의전절차등….
그는 또 『경찰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근무시간중에는 거의 정복을 벗지않고 청장실에서도 소파 대신 항상 자신의 책상에 앉아 근무한다.
청장의 이같은 사고방식에 대해 경찰관들 사이에선 말이 많다.
『새로운 청장상을 정립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너무 파격을 보여 불안하다』는 불만도 없지않다.
『그동안 평생을 근무한 경찰조직을 좀더 경찰답게 만들고 나가는 게 마지막 욕심』이라는 安청장의 결심이 경찰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金鍾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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