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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中.日고수 연파 새면모-진로배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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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東京=朴治文특파원]도쿄(東京)의 제3회 진로배 세계대회에서「돌부처」이창호(李昌鎬)7단이 오랜만에 배시시 웃었다.9일 아침 서울에서 비행기를 탈때만해도 그는 위염.감기에 시달리고 있었다.해외에만 나가면 맥없이 져 「국내용」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던 이창호.이번에도 또 첫판에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근심이 병을 만든 것 같았다.李7단의 해외 징크스는 확실히 심각했다.
어느덧 스무살.국내 최강자로서의 위신을 걱정할 나이가 된 것이다. 더구나 이번 대회는 초반 한국팀 3명이 연전연패하는 바람에 세계최강 한국바둑이 큰 위기에 몰렸다.따라서 이번만은 모두이창호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10일 중국의 차오다위안(曹大元)9단을 강수를 연속 던져 꺾었을때 린하이펑(林海峰)9단은 고개를 갸웃했다.이창호가 변했을까.이날 그의 수법은 스승 조훈현(曺薰鉉)9단의 맹렬함을 닮아있었다.전에 조치훈(趙治勳)9단,오타케(大竹英雄 )9단등은 『이창호는 스승을 이기는 공부를 집중적으로 한것 같다.曺9단보다아직은 아래같은데 자꾸 이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창호가 주무기인 「계산」을 버리고 중반전의 강타로 승부를내버리자 혹시 우리가 이창호를 잘 몰랐던가 하는 얼굴이 됐다.
11일 이창호는 일본 고마쓰(小松英樹)8단과의 대국에서 「한수차의 수상전」을 정확히 내다보고 무시무시한 강수를 던졌다.녜웨이핑(섭衛平).린하이펑등 세계의 고수들이 모두 안된다고 했으나 이창호는 감행했고 역시 이창호가 옳았다.그들은 『세다』며 曺9단을 바라봤고 曺9단은 『창호는 정확하다』고 대답했다.
李7단은 이틀동안 우동과 도시락만 먹으며 호텔방에 칩거했다.
혼자 바둑판에 돌을 놓았다.2연승하자 신기하게도 배아픈게 다 나았다. 12일,중국의 실질적 에이스 마샤오춘(馬曉春)9단과의대국에서 이창호는 어느덧 본연의 페이스로 돌아가 있었다.그는 특유의 돌덩이처럼 단단한 계가 바둑을 두어 『미세하다』는 검토실의 예측을 일축하고 무려 4집반을 이겼다.마샤오춘은 누구보다계산에 능하다는 정평이 있었으나 이창호의 계산에는 속수무책이었다.中.日의 고수들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조훈현이란 강자가왜 지는가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얼굴이 됐다.
이창호는 이번에 결심하고 왔고,그의 강온 양면 전략은 적중했다.얼마전 일본 바둑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유시훈(柳時熏)6단은『나는 전부터 中.日의 고수들이 창호를 의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승부세계란 이기는 자가 강자다』고 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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