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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신세대>PC통신 데뷔 소설가 송경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송경아.24세.자칭 「힘센 고양이」.하이텔 문학동호회 「이야기 나라」의 「글마을」시숍(PC통신의 동호회 운영자).하이텔ID 「supermew(슈퍼맨의 Super와 고양이 울음소리를의미하는 mew의 합성).연세대 전산과 졸업.
「상상」겨울호에 「청소년 가출협회」로 등단.』 책 날개에 실린 작가 송경아(宋京娥)씨의 약력이다.宋씨의 창작단편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중 사례연구 부분인용』을 펼치면 여러가지 집안 문제를 가출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가출기간. 가출동안 할 공부분량 따위를 약정하고 숙소를 알선해주는 가상의 청소년 자치단체(청소년 가출 협회)나 동성연애가 허용되는 가상의 도시 부영시(浮影市.
『송어와 은어』)가 차례로 등장한다.
그가 쓴 짧고 긴 이야기 열편이 문학의 범주에서 논할 만한 것인지는 제쳐놓고 컴퓨터 세대의 글쓰기가 어떤 맛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宋씨의 소설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소설은체험의 산물이라는 식의 생각도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宋씨는 경험보다는 상상력이,인생의 무게보다는 참신한 발상이 글쓰기의 원동력인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
『체험을 쓰는 건 피하려고 해요.체험도 별로 없고 재미도 없잖아요.』 두번쯤 학교를 휴학한 宋씨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대학입학 5년째였던 93년 여름.처음 쓴 『성교가…』으로 그해여름 연세문학상을 받고 「나도 글을 써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그후 하이텔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이텔을 통해 글을 본출판사로부터 창작집을 내자는 제의를 받기에 이르렀다.
상상력과 함께 그의 소설 곳곳에는 스무살 안팎의 젊은이들이 공감할법한 감수성이 배어있다.『아키라』에는 대졸백수의 심경.가출하고픈 욕구,『Girl on a Date』에는 대학생들의 연애심리가 등장한다.책제목과 같은 『성교가…』은 제 목 그대로 하룻밤을 같이 잔 두 연인의 전후 심리를 그리는 내용.『유괴』에서는 상상력의 공간이 소설 속의 소설로 확장된다.『유괴』는 중학생을 유괴,시민들에게 그들이 소설가가 창조한 인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리려는 젊은이의 이야기다.
「언어가 현실이 되어버리는 것」을 거부하려는 주인공과 「소설은 삶의 확장이자 오히려 삶이 그 안에서만 유일하게 창조되고 지속되는 공간」이라는 중학생의 논쟁 사이로 그들을 창조한 작가의 창작 노트가 삽입된다.독자는 거기에서 宋씨 자신 의 문학관을 읽으려고 하면 안된다.『나는 「유괴」의 작가처럼 겸손해 본적은 없다』고 말하는 그는 수줍음을 타는 듯한 겉모습과는 달리글쓰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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