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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동교동’ 역사 속으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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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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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상징해 왔던 서울 마포구 ‘동교동’이라는 행정동(行政洞) 이름이 7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인접해 있는 서교동으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일 “대선에서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진 것은 처음이다”는 말을 한 직후 동교동이 없어지게 돼 미묘한 여운을 남긴다.

 서울시는 518개에 이르는 행정동 중 119개 동을 연말까지 인접 동에 통합시킬 방침이다. 대부분의 자치구에선 동 통합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나 종로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는 주민 및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동교동’이라는 행정동 명 없어진다=서울 마포구의회는 지난해 12월 14일 8개 행정동을 3개 동으로 통합하는 구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동교동(東橋洞)과 서교동 2개 동이 서교동으로 합쳐진다. 17대 대선 이후 ‘동교동계’의 분위기가 가뜩 가라앉아 있는 시점에서다. 동교동이라는 행정동 명칭이 폐지되면 거리 이정표 등에서도 ‘동교동’이라는 이름이 사라진다.

 동교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2년 이후 잠시를 빼놓고는 40여 년 가까이 살아온 곳이다. 73년 도쿄 납치 사건 이후 이곳에서 전 세계 언론을 마주했고, 민주화 운동 시절 54회에 이르는 자택 연금도 겪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살고 사는 ‘상도동’과 함께 민주화 운동의 양대 본산으로 여겨져 왔다. ‘동교’라는 명칭은 이 일대에 있었던 작은 다리 동쪽에 위치해 있던 데서 유래해 36년 이후 행정구역 명칭으로 쓰여 왔다. 반면 YS의 ‘상도동(上道洞)’(엄밀히는 상도1동)은 현재보다 커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상도1동이 현재의 이름을 유지하면서 2월 1일 상도5동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상도동이라는 명칭은 옛날 이곳에 상여꾼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상투굴’이라고 부르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는 연희2동,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집이 있는 연희1동, 그리고 인근 연희3동 등 3개 동은 4월 30일까지 ‘연희동(延禧洞)’으로 합쳐진다. 연희동이라는 이름은 조선 초 정종이 태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머물렀던 연희궁(延禧宮)에서 비롯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洞)’이라는 행정구역 단위는 1895년 등장했다. 당시에는 방(坊)-계(契)-동(洞) 순으로 행정구역이 나뉘었다.

 ◆새 이름 놓고 갈등=동 이름에 대한 애착이 높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현재의 이름을 버릴 수 없다”며 동 통합 자체에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청동과 가회동, 명륜3가동과 혜화동 등 올 상반기 중으로 합쳐야 하는 종로구다.

종로구청 이승열 자치행정팀장은 “종로구에서는 동 통합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총선 이후에나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통합 대상인 8개 동의 유지급 100여 명을 모아 놓고 동 통합 설명회를 마련했었는데, 참가자들이 반대 의견만 쏟아 놓고서 설명회장을 나가 버렸다”고 전했다. 가장 민감한 곳은 서로 합쳐야 하는 가회동(嘉會洞)과 삼청동(三淸洞)이다. 가회동은 조선 초기 한양의 북부 10방(坊·조선 초기의 행정구역 명칭) 중 하나이던 가회방에 속해 이때부터 가회라는 이름을 써왔다.

삼청동의 이름은 조선시대의 도교 사원이던 삼청전(三淸殿)에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사람·물·마음 세 가지가 맑은 곳이어서 삼청동”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집이 가회동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삼청동에 있기 때문에 이곳은 이명박 당선인과도 인연이 있다. 영등포구는 구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동 통합 논의를 총선 뒤로 미루기로 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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