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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월街의 혁명"BLUME,SIEGEL,ROTTENBERG 共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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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4면

이 책은 부제 「뉴욕증권거래소 (NYSE)의 성쇠(盛衰)」가말해주듯 2백년전 불과 24명의 채권브로커들이 맨해튼 거리 한모퉁이에서 시작한 조그만 「사조직」이 걸어온 과정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다.
저자들중 블룸과 시걸은 펜실베이니아大 교수로 1989년 NYSE에서 주식시장의 역할,여러 경제변수들과의 인과관계등에 관한광범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 부산물이다.즉NYSE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만큼 보통 은 얻기 힘든자료와 정보,그리고 숨은 이야기들을 입수하게 됨으로써 NYSE의 이면을 본 것이다.
NYSE가 1929년 주가대폭락 뒤 수년간의 침체,1975년의 고정수수료 폐지,1987년의 일시적 주가폭락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독점적 이익집단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곧 보수성이었다고 지적한다.그러나 바로 그 보수성(나쁘 게 말하면 근시안적인 이익집착)이 또한 NYSE를 쇠락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사실을 학문적인 통찰력으로 조명하고 있다.
기술혁신의 시대에는 「늦게 나온 새가 벌레를 잡는다」면서 GM이나 IBM처럼 「일찍 일어난 새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못해 고전하고 있다고 말한다.NYSE도 예외가 아니다.물론 NYSE야말로 아직도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이라 할 만한 시장임에는 틀림없다.이것은 「포브스500」에 드는 세계적 규모의 기업들중 4백30개가 NYSE에서 거래되고 있는 데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NYSE가 과거에 누리던 영광은 퇴색돼왔다.경쟁.기술혁신.세계화.기관화와 같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NYSE와 같이느린 행보로는 살아남기 어렵다.오늘의 투자자들은 가격이 싸고,거래비용이 낮고,유동성이 보장되면 거래장소와 형태 를 가리지 않는다.런던이나 싱가포르로 주저없이 달려간다.맨해튼의 한 빌딩18층에는 매일 NYSE 거래량의 5%에 해당하는 거래를 소화해내는 사설 증권거래소가 있다.
증권시장에서의 주인공은 투자자다.정부나 거래소.증권회사는 곁다리가 아니면 훈수꾼 정도다.투자자(개인과 기관)는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를 해주지 않는 곁다리는 잘라버리고 훈수꾼이 마음에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다른 곳으로 옮길 준비가 돼있다.NYSE가 선물(先物)과 옵션거래의 주도권을 시카고에 뺏긴 이유도 이것이다.NYSE는 이 점을 겸손히 배워야 한다고 저자들은 거듭지적한다.
거래에 관련된 정보의 공개나 불공정거래행위의 방지등도 물론 투자자보호를 위해 중요하다.따라서 감독기관(정부와 국회)의 고민은 필요한 규제는 하되 어떻게 최대한의 경쟁을 보장하느냐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저자들의 대답은 명쾌하다.「 아무리 좋은의도에서 나온 규제라 할지라도 경쟁보다는 못하고 고객들의 욕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경쟁이란 힘이다」.
한국의 증시도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고 선물시장의 개설작업도 진행중이다.규제가 심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현실에서 질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이런 의미에서 NYSE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줄 것이다.NYSE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물론 군데군데삽입돼 있는 쉬운 설명,즉 주가와 인플레이션간의 관계,포트폴리오 분산,옵션가격의 결정등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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