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슈바이처 편지글 번역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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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유명 작가나 훌륭한 인물들의 편지글이 때때로 그들이 남긴 불후의 명작이나 자서전을 읽는 것 이상의 감동으로 와 닿는 경우가 많다.그것은 편지가 한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마련인 행.불행의 인생역정에서 그 사람의 인격을 가장 진솔하게드러내주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최근 번역 출간된 인도 독립운동가 자와하를랄 네루의 서한집『격동의 세계사1,2권』(Glimpses of World History.세웅刊)과 철학가.선교사.신학자로 너무도 유명한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서한집『사랑으로 밝힌 생명의 등불 』(Leben,Werk und Denken.고려원미디어刊』역시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지난 64,65년에 각각 사망한 네루와 슈바이처는 당시 동서양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혔던 동시대인으로,특히 서로가 서신 교환을 통해 상대방을 정신적 지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에서 더욱 관심을 끄는 인물이다.
『격동의 세계사』는 네루가 독립운동을 벌이다 투옥되었던 1930년 11월부터 1933년8월까지 옥중에서 딸에게 쓴 편지로,세계사의 흐름을 이야기 형식으로 쉽게 풀어쓴 것이다.겨우 열살난 딸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를 박탈당한 아버지로서의딸사랑이 구절마다 배어 있다.
이 서한집에 실린 네루의 편지글 중 노동과 혁명에 관련된 부분만 묶어 도서출판 석탑에서 오래전에『세계사 편력』이란 제목으로 책을 낸 적은 있지만 완역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나머지 3,4,5권은 3월까지 완간될 예정.
전통에 대해 네루는 딸에게『과거와 연결시켜주는 많은 전통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만일 그것이 우리의 앞길을 방해할 때는 전통의 틀도 과감히 깨뜨려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사랑으로 밝힌 생명의 등불』에는 음악가.철학가.신학자.의사.저술가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면서도 어느 한 분야에서도 그 분야만 매진했던 이들에 결코 뒤지지 않았던 슈바이처의 생명 경외사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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