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자원봉사의 땀 못 잊어 청정 태안 부활로 보답하겠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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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일 오전 7시 새벽빛이 어슴푸레 밝아올 무렵 태안 백화산 정상에 진태구(사진) 태안군수와 주민 1000여 명이 올랐다. 무자년 새해 첫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검은 절망을 찬란한 희망으로 바꿀 기적을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기온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고, 간간이 눈발도 흩날렸다. 하늘이 흐려 일출을 볼 수 없을지 몰랐지만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침내 붉은 해가 떠오르자 진 군수는 벅찬 감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이후 26일간 마음 졸이며 복구 현장을 지켜본 그는 주먹을 꽉 쥐며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을 다짐했다.

 진 군수는 함께 산에 오른 주민들에게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시련의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힘을 합친다면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50만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와 전국 각지에서 성원해준 국민의 힘으로 태안반도가 푸른 빛을 찾아가고 있다”며 “조속한 복구로 여름이 오기 전에 청정 태안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진 군수와의 일문일답.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실의에 빠진 주민이 많다.

 “최악의 사고로 1300리 해안이 검은 재앙으로 뒤덮였다. 어민들은 하루 아침에 자식과도 같은 어장과 갯벌을 잃었다.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새로운 태안을 건설할 수 있다. 희망을 잃지 말고 다시 한번 뛰어주길 부탁한다.”

 -기름 제거 작업에 자원봉사자의 힘이 컸다.

 “사고 첫날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보고 ‘이제 태안은 끝났다’는 절망뿐이었다. 그러나 50만 자원봉사자의 정성으로 우리는 ‘태안의 기적’을 일궈냈다. 7만 태안 군민은 자원봉사자에 대한 고마움을 영원히 가슴속에 간직할 것이다.”

 -청정 태안을 회복할 수 있을까.

 “자원봉사자의 정성어린 손길로 태안반도 곳곳이 본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올여름이면 해수욕장 개장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 모른다. 조속한 시일 내에 청정 태안의 부활을 선포할 생각이다.”

 -피해보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 조사를 하고 있지만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특별법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절실하다. 군에서는 주민이 불안감을 갖지 않고 복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국민이 보내준 감동의 물결에 우리는 힘을 얻고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최대한 빨리 회복시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 앞으로도 우리 태안군을 변함없이 사랑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태안=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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