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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도 학생 체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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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 메리디안시의 카버 중학교 교감 랄프 매클래니는 지난해 가을 사표를 냈다. 지난 21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교실에서 말썽을 피우는 흑인 여학생을 매로 다스리라는 교장의 지시를 받고 "더 이상 아이들을 때리기 싫다"면서 학교를 떠났다. '미국에서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매를 맞나'라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답은 예스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미시시피.아칸소.테네시.앨라배마.텍사스 등 기독교 신앙심이 돈독해 '바이블 벨트'라고 불리는 13개 남부주에서는 체벌이 합법화돼 있다. 몽둥이로 엉덩이를 서너대 때린다고 한다.애리조나.캔자스 등 9개주에서도 체벌이 부분적으로 인정된다.

매클리니 전 교감은 하루에 10명에서 15명 정도의 학생들을 체벌해왔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선생님에게 존경을 표시하지 않거나,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욕하거나, 어지럽히거나 하는 등이다. 교장은 그에게 "줄을 안 서는 아이들은 엉덩이에 불이 나게 해주라"는 지시도 했다.

매클리니는 몽둥이가 아닌 다른 방법을 쓰려고 했지만 다른 교사들은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변호사에게 "매를 안 때릴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지만 "체벌이 합법인 이상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결국 체벌을 하지 않으면 상사(교장)의 지시 불복종을 이유로 해고될 게 뻔해 먼저 사표를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버 중학교 측은 "해마다 학기 초에 설문조사를 하면 약 80%의 학부모가 '말썽을 부리면 혼내달라'고 동의한다"며 교육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학교에서 체벌은 1970년대까지는 일상적이었다. 76년에는 미 전역에서 1백52만1천여명이 체벌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교사는 학부모 동의 없이 아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77년 연방 대법원 판결도 있다. 그 뒤 28개주에서는 학교에서의 매질을 법으로 금지했다. 체벌이 허용된 주 가운데는 미시시피가 9.8%의 아이들에 매를 들어 가장 엄하고, 이어 아칸소(9.1%), 앨라배마(5.4%), 테네시(4.2%)의 순이다.

유럽 국가들에선 이미 몇 십년 전부터 학생 체벌을 금했고 짐바브웨.잠비아.파키스탄도 금지시켰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체벌이 허용되는 주

미시시피.아칸소.앨라배마.테네시.루이지애나.텍사스.미주리.뉴멕시코.아이다호.콜로라도.켄터키.인디애나.사우스캐롤라이나

-부분적으로 허용되는 주

애리조나.와이오밍.캔자스.오클라호마.조지아.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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