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私製品 쓰는 국군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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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 나라 국방력은 병력과 무기,그리고 군수품에 의해 좌우된다.이 군수품이 불량해서 사용치 못한다면 이야말로 국방력에 중대한 결함이 생겼다는 말이 된다.국방부 감사결과에 따르면 부대에서 지급되는 전투모.군화.장갑등이 불량해 전투모는 11%,가죽장갑은 8% 정도밖에 쓰질 않는다고 한다.군화는 조사대상자중 31%가 착용후 발에 상처를 입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이러니대부분 사제품을 사서 쓰고 이로 인해 해마다 27억원의 예산이낭비된다고 한다.
국군장비 현대화라는 소리를 들은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군수품의기본이라 할 전투모가 밟으면 쭈그러지고,통풍도 되지 않으며,하루에도 수십리를 행군해야 할 사병의 군화가 신었다 하면 발이 부르트게 되었는가.
우리는 여기서 두가지 의문을 제기한다.첫째는 기술이 나빠 불량군모에 불량군화를 양산하는게 아니라 이런 군수품을 납품하고 수령하는 체계에 어떤 문제가 없는가 하는 점이다.지금까지는 군인공제회가 일부 업체로부터 수의계약 형식으로 납품 케 하는게 관행이었다.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불량의 소지는 없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만약 그렇다면 공개경쟁 입찰제로 바꿔야 할 것이다.
두번째 의문은 이런 불량품이 납품될 만큼 납품단가가 비현실적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현재의 군수품 지급 규정은 이미 오래전인 87년 국방부 규정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현실성이 없는게 많을 것이다.또 당시 납품단가가 그후 적정하게인상되지 않았다면 정부 스스로 불량보급품을 자초(自招)해왔다는말밖에 되질 않는다.
60,70년대 군대생활에는 군화 크기에 자신의 발을 맞추라던시대가 있었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사제품 군화에 사제품 군모를 쓰고 다닌다면 영화속의 외인부대와 다른게 무엇인가.불필요하게 예산을 낭비하면서까지 불량 군수품을 보급하 는 군부대가 있는한 우리 국방은 안전하다고 믿기 어렵다.철저한 원인규명과 조속한 대책수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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