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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호텔 산책로까지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 가까이 있어도 어쩐지 쉽게 접근하기가 겁나는 그곳이 바로 호텔이다. 커피 한잔 값이 웬만한 밥값을 훌쩍 넘기는 곳이기에 공식적인 행사나 비즈니스가 있지 않는 한 무시로 드나들기에는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호텔에서 근사하게 저녁을 먹고 고급 객실에서 하룻밤 머물러야 맛은 아니다. 호텔 주변에는 그 명성에 걸맞게 산책하기 좋은 길도 있기 마련! 잘 알아두고 이용하면 얼마든지 맘 편하고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곳이 호텔이기도 하자. 요즘 같은 연말연시에는 환하게 불 밝힌 호텔주변 도로에만 들어서도 기분 좋은 설렘과 흥분을 느낄 수도 있다. 산책하기 좋은 서울 시내 몇 군데 호텔, 지금부터 걸어보자.

■역사와 걷는 웨스틴조선 호텔-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은 역사와 걷는 산책로다. 호텔 앞에는 사적 제157호인 환구단이 있다. 환구단은 1901년 고종황제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곳으로 화강석으로 만든 3층의 원단이다.
환구단 산책코스는 특히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서울 도심에 한국의 문화재를 볼 수 있어서이다. 호텔 정원에 있는 환구단에서 계단을 내려가 길을 건너면 시청 앞 광장이 나온다. 호텔을 갔다가 덤으로 시청광장에서 스케이트도 타고 루미나리에의 낭만적인 길을 걷는 것도 좋다.
이외에도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서울 시립미술관도 찾아가 문화적 양식을 맛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빌딩 숲과 걷는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밀레니엄 서울 힐튼은 인근 회사건물 샐러리맨들의(금호 아시아나 빌딩, 씨티빌딩, CJ빌딩, SK텔레콤빌딩, 대우재단빌딩, LG빌딩)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매우 높다.
위치의 특성상 고층 빌딩들로 둘러싸여 대로에서는 노출이 전혀 되지 않는다. 덕분에 오솔길 같은 묘한 분위기와 감성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곳이다. 호텔 뒤뜰에는 고풍스런 한국식 정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자그마한 인공연못에는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어(겨울철 제외)두 배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호텔에서 남산의 케이블 카 타는 곳까지 도보 10분 거리이며 남산 정상까지도 쉬엄쉬엄 걸어도 4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조각공원을 걷는 신라호텔- 서울 신라호텔은 호텔 영빈관 뒤 3만 9천 평방㎢ 규모의 야외정원에서 예술 작품들과 어우러지는 겨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은 에버랜드 및 삼성 문화재단, 가나화랑이 함께 조성한 야외 조각 공원으로, 아름다운 자연 정원과 맑은 공기 속에서 국내․ 외 현대 작가들이 구성한 100여 점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신라호텔 정문을 통해 호텔 뒤편의 산책로와 공원 내 동상언덕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40여분을 걸어야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공원 내 팔각정에서 펼쳐지는 풍경과 도심 및 북한산 전망, 호텔을 장식하는 한국 고유의 전통 기와가 만들어 내는 운치는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호텔 이용 고객뿐만 일반인도 누구나 조각 공원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둑길 따라 걷는 JW 메리어트 호텔- 반포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호텔은 지하철 강남고속터미널역에서 한강 동작역까지 연결되는 구간에 반포천을 따라 이어지는 반포 둑길이 있다.
반포 둑길은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이자 휴식공간이며,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들도 즐겨찾는 조깅 코스이다. 조깅이 생활화 된 외국인에게 이 둑길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반포 둑길의 장점은 양옆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 도심 한 가운데 라는 생각을 잊게 해주며 둑길의 바닥은 재활 폐타이어 재질로 만들어져 폭신폭신하다.
또한 둑길의 중간에는 거리표시도 되어있어 산책이나 조깅을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둑길은 서초구 방배동의 서래마을이 근처인 탓에 종종 운동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프랑스인도 만날 수 있다.

객원기자 정유진 yjin78@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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