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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연예 매니저 그들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최고의 스타 최진실의 전 매니저 배병수씨 피살 사건으로 연예매니저의 어두운 면이 단적으로 드러났다.한국 연예계에서 고질적인 병폐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 사건으로 관심의 초점이된 연예매니저들은 그러나 스타들을 발굴해내고 대 중문화를 현장에서 이끌어가는 장본인들이다.대중스타들이 받는 화려한 조명뒤에서 돈과 명성을 위해 뛰고 있는 연예매니저들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註] 라디오 스튜디오가 있는 MBC7층,KBS본관5층복도나 TV공개홀 옆 분장실입구등엔 「매니저」들이 들끓는다.깔끔한 옷을 걸치고 한손엔 핸드폰,허리춤엔 삐삐를 차고 수시로 여기저기 전화를 하다가 PD가 지나가면 90도 각도로 꾸벅 절을 하며 얼굴도장을 찍기도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매니저」들이 수선거린다.그러나 이들은 대개 기획실장.부장 등으로 불리고예전에는 속칭「가방모찌」로 알려진 「로드매니저」들이다.
음반기획,제작.방송,공연,CF등에 출연하는 것등을 총괄하는 진정한 의미의 연예매니저들은 대개 여의도에「××기획」「○○프로덕션」등의 이름으로 사무실을 차려 거점으로 삼고있다.
연예매니저들의 협의체로서 92년 결성된 연예제작자협회(회장 엄용섭)에 소속된 이들 매니지먼트 회사들은 현재 1백50여개에이르며 각각의 사무실마다 1~2명에서 많게는 20여명에 이르는보조매니저들이 일하고 있다.
「신데렐라의 꿈」에 젖어있는 스타지망생들이나 갑자기 떼돈을 번 선배들에 홀린 신참 매니저들은 처음엔 아무리 궂은 일도 마다않고 정력적으로 뛰어다니지만 이 방면에 계속 남는 사람은 많지않다. 한 가요PD는 『요즘처럼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스타들이 많은 경우엔 1년이상 얼굴을 볼수있는 매니저들이 드물다』면서 『라면으로 끼니를 잇다가도 스타가 뜨기만하면 하루아침에벤츠를 타고 나타나는 이들은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어려운 사업』임을 강조한다.
음반판매 로열티,CF.방송.공연.행사 출연료,밤무대수입 등으로 웬만한 스타들은 매월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있어매니저와의 금전적인 문제가 항상 관심과 잡음을 일으키는 원인이되고있다.
흔히 개인적인 연줄이나 소개로 「가방모찌」나 보디가드,개인운전수 등으로 매니저 세계를 배우기 시작하는 신참들은 음악이나 대중문화에 관한 지식보다는 「스타」를 발굴할 수 있는 감각이나방송PD들을「구어 삶을 수 있는」 붙임성만 있으 면 자격으로 충분한게 현실이다.이른바 「로드매니저」(주 매니저의 보조역)를수년간 해오다 독립,최근 사업을 시작한 金모(29)씨는 『매니저들이 아무런 투자나 기반도 없이 스타만 잡고 있으면 수억원씩벌어대는 것을 보면서 푼돈을 받는 심부름꾼으로 남아있으려 하겠느냐』며 매니저들의 조직이 모래알처럼 결속력이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가요음반판매량에 대한 통계가 불신을 받는 것처럼 우리연예인들의 수입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으며 고액 소득자는 세무당국의 단골 조사대상자로 남아있는 형편이다.
몇몇 거물급 영화배우나 탤런트를 제외하면 매니저들은 대부분 가수매니저들이다.
최근 음반사업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거물들로는 조용필 데뷔때부터 최근의「넥스트」「공일오비」「전람회」등 연속적인 히트를내놓고 있는 유재학(대영AV)씨,남진으로부터 심신에 이르기까지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간 양승국((株)미지음)씨,「들 국화」「봄여름가을겨울」.김현식.김현철 등 음악성 높은 언더그라운드로 성공한 김영(동아기획)씨,신승훈.김건모 등 메가톤급 가수들을 보유한 사맹석(라인음향)씨,변진섭을 데뷔시켜 돈방석에 앉은 엄용섭(쌍용기획)씨등이 꼽힌다.
연기자들의 경우 정윤희.이덕화 등이 한국의 간판스타로 자리잡게하는 데 기여한 방정식씨,신애라.전도연 등의 일을 보는 서영주씨,박중훈의 매니저 김정수씨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가족이나 친지가 매니저를 대신하고 있다.
「스타제조기」로 각광을 받았으나 비극적인 결말을 본 배병수씨의 경우는 김민우.윤상.구본승등을 발굴한 김광수(GM기획)씨,김종서.박상민등의 강승호(캔기획)씨 등과 함께 그 다음세대에 속한다. 〈蔡奎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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