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총선 장사용" 신당 "공정한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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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법무부 장관<左>과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특검법'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10년 진보 정권을 마감하고 보수 정권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특검 수사라는 전례 없는 '특검 정국'이 만들어졌다. 특검 수사는 현재로선 내년 정국에서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집행되면 똑같은 결과(무혐의)가 나온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언급대로 특검 수사에서 별 상황이 없으면 특검법 통과에 전력투구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이 정치적 후유증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대선 참패로 위기를 겪고 있는 신당은 내년 4월 총선에서도 '발목 잡기'였다는 한나라당의 공세와 여론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은 "검찰은 BBK 의혹을 최선을 다해 수사했고, 있는 그대로 발표한 만큼 특검 수사를 해도 결과가 달라질 것으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 당선자의 연루 의혹이 특검 수사를 통해 일부라도 제기되거나 이 당선자 측근들의 개입 의혹이 나오면 새 정부는 리더십 타격 속에 출범해야 한다. 야당의 도덕성 공세로 각종 개혁 정책 추진과 국정 장악에 애를 먹을 수 있다. 4월 총선에서 신당이 노리는 '견제론'이 먹힐 여지도 높아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청와대에 요청한 뒤 이를 기대했던 한나라당은 실망감을 보였다. 내부에선 "특검을 해봐야 나올 게 없다"는 자신감 속에서도 특검의 향후 진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심리도 높아졌다.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국익보다 당리를 선택했다"며 "특검을 불씨로 총선 장사를 해보려는 신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퇴임을 앞둔 대통령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특검에서 당선자는 법적 절차에 따르겠다"면서도 "그 결과는 검찰 수사와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원내 공보부대표는 "특검 진행은 어쩔 수 없겠지만 당론을 모아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을 막지는 못했지만 특검법의 위헌성 여부는 끝까지 문제 삼겠다는 얘기다.

신당은 공정한 수사를 강조했다. 그러나 공세 수위는 조심스러워졌다. 특검 결과 무혐의로 나왔을 경우 정치적 타격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특검법으로 인한 더 이상의 정치 공방은 불필요하다"며 "정치권은 특검에 압력을 넣어서도 안 되고 순리대로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특검법 의결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 당선자와 관련된 의혹은 특검 수사로 가부간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검법에 대한 여론 동향을 살피며 거부권 행사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는 명분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먼저 국민적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며 "국회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신당과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협상해 청와대가 움직일 여지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귀띔했다. 검찰에 재수사를 지시했던 노 대통령이 정치적 합의도 없이 혼자서 거부권을 행사하기엔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BBK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서 비롯된 법안이라 대통령의 결단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고 한다.

글=채병건.임장혁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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