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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산타에게 원하는 선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찢어지게 가난한 美뉴저지州 저지市의 가게창문들에 안내문이 붙었다.산타가 오후3시부터 5시 사이에 온다는 것이었다.
『아,파워 레인저말이냐.』한 남자아이의 소원을 듣던 산타가 대답했다.『글쎄,어디 한번 찾아볼까.』 『예,그래주세요.』 『세가(일본의 전자게임회사)의 전자게임기말이지?』『착한 아이가 되면 산타가 다 구해줄거야.하지만 지금은 가게들마다 파워 레인저 게임기가 다 떨어졌다는데 어떻게 하지.』 산타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아직도 그의 능력을 믿는 아이들이었다.일곱살 된 한아이는 총을 달라고 했다.
『그래,어떤 종류의 장난감총이 갖고 싶은 거지?』 아이의 얼굴은 도대체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말하는 건 진짜 총이에요.총알이 나가는 것 말이에요.
』 『하지만 총은 사람들을 해칠텐데?』 아이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목소리가 격앙됐다.『난 아빠가 가진 것같은 총이 필요하단말이에요.아빠의 총을 그들이 빼앗아갔단 말이에요.』 『누가?』『망할 경찰들요.』어린 아이는 「망할」이란 단어의 뜻도 모르면서 계속 욕설을 해댔다.『그들이 아빠를 잡아갈 때 총을 빼앗아갔어요.경찰들을 쏴버리고 아빠를 감옥에서 구하고 싶어요.』 다음 차례가 된 10여명의 아이들이 잔인한 폭력장면과 시끄러운 비명소리로 악명 높은 전자오락기를 달라고 한 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얼굴과 목에 시퍼런 멍이 든 여자아이의 차례가 됐다.
『난 경찰이 필요해요.경찰 아저씨들이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가 싸우는 걸 말려줄 거예요.』 아이는 산타의 수염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경찰아저씨들이 엄마와 남자친구가 나를때리지 않게 막아줄 수도 있잖아요.』 아직도 산타를 믿는 아이들은 겨울이 지날 때까지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다리겠지만 머지않아 그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그들이 원하는 선물이 산타에게는 없다는 것을.아니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산타가 해줄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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