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 부자들 "미국에 집 사놓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요즘 유럽과 아시아 부자 사이에서 미국 내 '제2의 주택' 구입 붐이 일고 있다.

25일 AP에 따르면 비즈니스를 하면서 여가 생활도 즐기기 위해 미국 내에 또 한 채의 집을 사는 외국인이 부쩍 늘고 있다. 달러 약세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외국인들로서는 미국 주택 가격이 어느 때보다 싸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의 경우 런던.파리 등 대도시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올해에만 두 배로 뛸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 미국 내 주택 구입을 부추기고 있다. 지금처럼 미국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를 투자의 최적기로 여기는 것이다.

실제로 미 부동산 소개업자의 20% 이상이 외국인에게 집을 팔아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마이애미의 경우 지난해 팔린 주택의 7.3%를 외국인이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부동산업자의 미국 진출도 활발해졌다. 독일 유수의 부동산 중개업체인 '엥겔 앤드 볼커스'는 앞으로 미국 내에 300개의 사무실을 연다는 계획 아래 이미 미 동부에 30개를 준비 중이다.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방식도 다양해졌다. 이전에는 뉴욕과 마이애미 등에 집을 사려는 자금이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덜햄, 차펠힐 일대에 프랑스와 북유럽인의 주택 구입 문의가 이어지는 등 과거에는 생각지 못한 지역에 외국인이 몰려들고 있다. 또 보스턴.필라델피아 등 대학도시에도 외국인의 주택 구입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유복한 외국 유학생이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P는 "과거에는 외국 유학생이 예외 없이 세들어 살았으나 최근 아예 작은 아파트를 구매하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돈 많은 한인들이 부동산 구입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주로 아파트나 중형 건물을 구입한다고 AP는 전했다. AP는 "최근 이뤄진 한국 정부의 해외부동산 매입 자유화가 한인의 부동산 구입을 촉진시켰다"며 "한때 형편없어졌던 LA 다운타운이 한인에 의해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