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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생활물가 줄줄이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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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 식료품과 석유류 제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요금까지 오르면 서민들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년 만에 처음으로 3%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내년 먹거리·석유 가격 급등=울산시 남구 삼산동의 H반점은 내년부터 자장면과 짬뽕·만두 가격을 500원씩 올릴 계획이다.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이달 들어서만 30% 가까이 오르다 보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울산 신정시장에서 칼국수를 팔고 있는 김모(55·여)씨는 “단골손님이 많아 웬만하면 가격을 유지하려 했지만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일반 음식점뿐 아니라 주요 식품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할 움직임이다.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탓이다. 롯데제과는 내년 2월부터 주요 과자류 제품을 15~20% 인상할 예정이며, 해태제과도 신제품이 출시되는 내년 3월부터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 역시 가격 인상 폭을 놓고 고민 중이다.

휘발유·경유는 물론 서민들이 난방용으로 많이 쓰는 등유·LPG 같은 석유류 제품의 가격 오름세도 이어질 태세다. 한국석유공사는 내년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연평균 77.5달러로 올해보다 13%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고 이란 핵문제 같은 지정학적 불안요인까지 가세한다면 유가가 일시적으로 10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요금도 인상=지방자치단체가 거두는 공공요금도 오른다. 경기도는 이달 중순 ‘경기도 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부터 도내 고교 수업료를 학교와 지역에 따라 2.8∼3%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업료는 1000~3300원 오른다.
 
인천시는 내년 1월 1일 사용분부터 하수도 사용료를 23~24% 인상하기로 했다. 1개월에 30t 정도의 하수를 배출하는 가정은 월 1100원의 사용료를 추가 부담하게 된다. 서울시도 내년 하반기에 하수도 요금을 20.5% 올리는 데 이어 2009년과 2011년에도 각각 20.5%씩 요금을 올릴 계획이다.

강원도 원주시는 새해부터 가정용 수도요금을 t당 495원에서 543원으로 올리고, 동해시는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이달 20일부터 시내·외 버스 요금을 150원씩 올렸다.

◆4년 만에 3%대 물가 상승=LG경제연구원은 25일 ‘2008년 국내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복병은 ‘물가 상승 압력’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수입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줬던 원-달러 환율 하락세도 주춤해 내년에는 크게 기대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내수 회복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2%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연초에는 3% 중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태정 연구위원은 “대외 여건이 올해보다 악화되는 만큼 새 정부는 유연한 정책대응을 통해 서민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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