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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韓영공 개방의 효과-유럽항로 2시간 단축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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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든 국가의 민간항공기에 영공을 개방하겠다는 22일의 북한 발표는 대외개방 신호탄이란 측면과 함께 이날부터 시작된 서울~베이징(北京)간 직항로 취항에 대응하기 위한 선언적인 의미가 큰 것으로 항공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韓中 직항로 개설에 따라 한반도 영공 관할의 주도권을 한국측이 행사하고 있는데 대한「위기감」이 이번 영공개방 발표 배경의중요한 가닥이라는 것이다.
영공을 개방하더라도 특정국과 항공노선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취항지역과 운항 수등 구체적인 항공기 운항조건을 양국정부간 항공회담을 통해 결정해야만 비로소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
또 북한이 굳이 어느 국가와 항공노선을 트려고 할 경우 영공개방이 되지않은 현재의 상태에서도 상대국과 협정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별로 없는「영공개방」을 갑자기 들고나온 것은 대외개방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높이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빗장을 꼭 질러왔던 영공통과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이번 정책변화는 장기적으로 한반도를 거쳐중국.러시아.유럽등으로 가는 항공노선이 서울및 평양으로 이원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각 나라 가 자국에 가장 이점이 있는 경제적인 노선을 거쳐 항공기를 운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우리에게도 영공통과를 허용할 경우 서울을 출발,유럽과 러시아로 가는「북방항로」운항시간이 단축되고 연료비도 절감되는등 항공운항의 경제성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참조〉 현재 일본 영공을 거쳐 러시아 하바로프스크까지우회운항하는 유럽노선이 북한영공을 통해 직항할 수 있어 비행거리를 1천5백㎞ 줄일 수 있다.
역시 일본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서울~하바로프스크등 러시아 극동지역으로의 직항노선 개설도 가능할 수 있다.
항공사관계자들은 이렇게 되면 유럽항로는 2시간,블라디보스토크등 극동항로는 50분정도 절약되고 연료비등 절감효과도 연간 2백50억~3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한반도 통과노선개설은 지난 80년부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가 추진해온것이어서 북한의 영공개방이 이에 부응하는 의미도 있다.
당시 한국~일본,북한~중국 노선만 각각 운항되고 있어서 서울~베이징과 평양~일본을 이어 한.중.일 3개국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항공로 개설이 시급한 현안이었다.
따라서 서울~베이징,도쿄(東京)~평양 항로의 동시 개설이 이뤄지지 않고 22일 서울~베이징간 직항로만 먼저 개설되자 서둘러 북한이 영공개방을 발표한 것이라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와함께 북한이 지난 47년 발효된「국제항공업무 통과협정」에가입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가입국간의 원활한 영공통과와 항공급유등을 위한「기술착륙」을 가능토록 하고 있는 이협정에는 현재 99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 다.
북한이 이 협정에 가입하지 않고는 대외개방에 따른 항공기의 취항지역 확대가 그만큼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우리측은 국제영공통과협정에 60년2월에 가입했으며 73년 6.23선언을 통해 영공개방을 선언했었다.
〈金石 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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