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종사 유해 송환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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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군 헬기의 북한추락 사건이 발생한 지난 17일 오전 이후 미국과 북한의 대응은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사건발생 직후 미국과 북한측의 사건설명은『비상착륙』과『격추』로 엇갈렸다.
美국방부는 사건발생 직후『이번 사건은 비상착륙』이라고 발표했으며 이보다 1시간 정도 앞서 북한방송은『불법침입한 헬기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美국방부는 이날 다시『헬기가 비상착륙했는지 아니면 격추됐는지불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히고,현재까지 그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건 경위 설명은 이처럼 엇갈렸지만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사건의 경위보다 조종사들의 송환문제.
신변확인이 이뤄진 것은 사건이 발생한지 만 24시간 이상이 지난 18일 오후.
리처드슨의원이 김영남(金永南)북한 외교부장과 면담한 자리에서북한측이 알려준 것으로 전해진다.
빌 클린턴 美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리처드슨의원을 통해 북한이 조종사들의 신변에 대해 전해왔다고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은 성명에서『인명손실은 불필요한 것』이라고 북한을 간접 비난했으며 로버트 갈루치 북한핵협상 美측대표가 파트너였던 강석주(姜錫柱)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
조종사들의 송환교섭은 리처드슨의원과 美국무부-유엔주재 북한대표부,그리고 군사정전위원회 등 세가지 채널로 이뤄졌으며 실무적인 접촉은 주로 군사정전위를 통해 이뤄졌다.
미국은 17일 북한에 군사정전위 개최를 요구하는 전통문을 북한에 보냈으나 북한은 이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18일리처드슨의원의 판문점 통과문제를 논의하는 군사정전위 일직장교회의에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조종사들의 신변에 대해 밝혀줄 것을 요구했으나 북한측은『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면서 정보를 제공하길 거부했다.
미국은 19일에도 군사정전위 접촉을 요구했으나 북한측이 응하지 않아 이날 회의는 무산됐다.
이와 함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측은『헬기가 기수를 돌렸기 때문에 격추했다』고 사건 경위를 밝혔으며 美국방부측은『조종사가 자신이 북한 영공에 들어섰는 지를 모르고 있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이어 20일 오후5시20분에 열린 군사정전위 정치장교회의(책임연락관)에서 북한은 송환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입장만을 되풀이했으며 군사정전위 대표회의가 아닌 미국과 북한간 직접적인 군사접촉을 위 해 소장급회의를 갖자고 제의해 왔다.
북한의 이같은 제의는 자신들의 군사정전위 철수를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단됐으나 미국은 정전위 대표로 스미스소장을 임명,북한의 이찬복 중장(소장급)과 만나도록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렇게 해서 21일 오후3시 판문점에서 군사정전위 비서장회의가 열린데 이어 이날 오후6시30분 다시 군사정전위 본회의(북한은 미군과 북한군간 접촉으로 주장)가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북한은 사망한 데이비드 하일먼 준위의 유해를 송환 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자리에서 생존한 보비 홀 준위의 송환여부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가『미국의 공식사과가 있어야 조종사들을 인도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한편 북한방송들은『군당국의 적법한 절차 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홀 준위의 송환과 관련,미국은 21일 하일먼 준위 유해 송환합의가 있은 직후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홀 준위가 송환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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