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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체첸,流血 피하는 해결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체첸공화국의 독립을 저지하기 위한 러시아군 공세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현재 러시아군은 수도 그로즈니 중심에 접근,체첸정부군의 마지막 숨통을 조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애당초 힘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었다.러시아가 지금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었던 것은 무력진압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 때문이었다.옐친대통령은 체첸사태를 잘못 처리했을 경우 러시아연방내 다른 소수민족들과 反옐친 정치세 력들의 반발을 의식해야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옐친대통령이 무력사용을 강행한 것은 차제에 반대파들을 약화시켜 오는 96년 대통령선거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러시아가 체첸독립 저지에 성공했다 해서 문제가 완전히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러시아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제2의 카프카스전쟁」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제정(帝政)러시아는 1817년부터 무려 50년동안이나 北카프 카스의 회교도들을 정복하기 위해 전쟁을 치른 과거가 있다.강인(强靭)하기로정평이 있는 체첸인들은 앞으로 산에 들어가 게릴라투쟁을 전개할것이 확실하다.전투는 복잡한 게릴라전 양상을 띨 것이며,러시아는 「제2의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주변 회교국들의 반발도 크게 우려되는 요소다.체첸정부는 19일「회교형제국」들이 反러시아 봉기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러시아연방에는 1천8백만 회교도들이 살고 있으며,이란.터키 등 주변 회교국들도 체첸에 대해 동정적이다.상황이 악화 될 경우 러시아가 회교권 전체와 대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문호(文豪)톨스토이는 육군장교로 체첸인들과 싸웠던 경험을 훗날 자신의 작품에 쓰면서 체첸인들을 죽음도 두려워하지않는 용감한 투사로 묘사했다.이번에도 그로즈니에서 체첸여인들은러시아군 탱크를 육탄으로 저지하고 있다.러시아 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피를 흘리는 무력진압은 사태를 해결하는 길이 아니다.러시아는지금이라도 다시 평화해결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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