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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인사 스타일은 '햄릿 + YS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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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선 후 첫 주말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향후 정국을 구상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시대'의 상징이 될 정권 인수위원장은 누가 될까. 대선 승리 뒤 첫 인사(人事)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장고에 들어갔다.

지난주만 해도 "24일께엔 발표할 수 있도록 서두르자"는 얘기가 측근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러나 22일 이 당선자가 직접 "(인사)결과는 26일께 발표하려 한다"고 못을 박았다.

2002년 '노무현 인수위'가 12월 26일 출범했던 것과 비교할 때 '이명박 인수위'는 이보다 늦은 내년 1월 2일께에야 닻을 올릴 전망이다. 한 측근 의원은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엔 불도저가 아닌 거북이"란 말이 나오는 이 당선자의 '생각을 거듭하는' 인사 스타일이 관심이다.

◆"결단력 있지만 인사는 햄릿형"=한 측근은 "지난주 금요일 이 당선자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이름이 거론된 인수위원장 후보만 열 명쯤 된다"고 말했다. 측근인 정두언 의원과 임태희 비서실장 등 회의 참석자들이 후보들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면 이 당선자는 주로 들었다고 한다.

후보군엔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등 비정치인 출신들이 많이 포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종합 행정 능력을 보이면서 대학 개혁을 성공시켰다는 공통점이 인정됐다.

이번 인수위원장 인선을 위해 이 당선자는 최소한 세 곳 이상에서 추천을 받았다.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고문 등 원로 그룹, 정두언 의원이 이끄는 인수위 준비팀, 또 유우익 국제정책연구원(GSI) 원장과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등 측근 교수 그룹이다.

올 10월 외부 전문가들을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할 때도 이 당선자는 실무진들에게까지 의견을 구했다.

공동위원장으로 영입된 외부 인사 가운데는 서울시장 재직 시절 함께 일했던 '서울시청 소속의 국장'이 추천한 인사가 채택되는 일도 있었다.

이 당선자는 후보 시절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난 결단력이 있는 사람인데, 인사 문제를 대할 때는 햄릿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사람 욕심이 많고, "적재적소가 아니면 차라리 비워두는 게 낫다"는 평소의 지론 때문에 머뭇거리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당선자로서의 첫 인사인 만큼 고민은 예전보다 더 깊고 큰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먼저 찍어놓고 자리를 맡기기보다 그 자리에 필요한 기준을 먼저 정하고 사람을 구하는 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

이 당선자는 이번에도 "정권교체의 상징성이 있고, 국정에 참여했거나 조직을 경영해 본 경험이 있으며, 이명박의 실용철학과 맥이 닿아 있는 사람"이란 까다로운 인수위원장 조건을 측근들에게 내걸었다는 후문이다.

◆'철통 보안'은 YS 닮아=이 당선자의 또 다른 특징은 인사 정보가 미리 새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이 보도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점이다. 인사 논의 내용이 미리 흘러나가면 어김없이 불호령을 내렸던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 언론에 인수위원장 후보가 두 명으로 압축됐다는 보도가 있자, 이 당선자는 측근들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가 아닌 사람들이 언론에 자꾸 나오는 이유가 뭐냐.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느냐"고 호통을 쳤다. 기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했을 만한 인물을 지목해 "당신이 말한 것 아니냐? 왜 입이 무겁지 못해!"라며 주의를 준 일도 있고, 측근들에게 '범인 색출'을 지시한 적도 있다.

서승욱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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