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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능력과 잠재력 마지막까지 다 뽑아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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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시절인 2005년 6월 서울숲 개장식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올해 66세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15년간 현대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기업 마인드를 시정에 도입한 서울시장 4년도 따지고 보면 서울시 CEO였다. 그의 인생 66년 중 19년을 CEO로 산 셈이다. 게다가 24세에 현대에 입사해 CEO가 되기까지 12년을 그는 회사의 CEO처럼 고민하고 행동했다. 그것이 호랑이 같은 오너 정주영 회장의 눈에 들어 고속출세를 한 비결이었다. 대학 졸업 후 대통령에 당선된 지금까지 이 당선자의 40년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CEO다.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CEO가 있다. 혁신을 강조하는 이도 있고, 창조를 부르짖는 이도 있다. 공통점은 '실천'이다.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은 "CEO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실행능력"이라고 말했다. 모든 CEO는 목표와 비전을 제시한다. 1등 기업, 주가 50% 올리기, 이윤 100% 증대 등이다. CEO들은 그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느냐를 놓고 평가받는다. 미달하면 오너에게 잘리거나 주주들에게 내쫓긴다.

실적을 올려야만 자신도 살고, 기업도 발전하고, 직원들도 살아남는다. '실천'과 '실적'은 모든 CEO의 원초적 스트레스다. 이 때문에 CEO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갖다 쓴다. 그리고 이념과 연고를 떠나 최적의 자원을 찾아다닌다. 명분보다 이익을, 관행보다 효율을 중시한다.

그것이 CEO들의 유전인자(DNA)다. 이 당선자도 이 DNA가 강렬하다. 그 DNA는 '실용주의'로 표출된다. 시계추를 돌려 보자. 서울시장 이명박의 최대 난제는 서울지하철 노조 파업이었다. 공무원들은 "34년간 해봤지만 노조 요구를 들어주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고 보고했다. 노조의 파업 때문이었다. 하루에 670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이 3일만 멈춰서면 서울시는 견딜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당선자는 '지하철공사 간부'라는 인력자원을 동원했다. 그들에게 기관차 운전을 배우게 했다. "기관차 몰려고 행정고시 쳐 공무원 된 게 아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당선자는 그들을 설득했다. 시장 취임 후 1년 반, 마침내 지하철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지하철은 차질 없이 운행을 계속했다. 공사 간부들이 운전석에 앉은 것이었다. 결국 노조가 백기를 들었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이 당선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있는 비서 김윤경씨는 "사람의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다 뽑아 쓴다"고 이 당선자를 표현했다.

이 당선자가 시장이었던 2005년 서울시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시청 전체를 태극기로 뒤덮는 이벤트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 말에 이 당선자 리더십과 용인술의 본질이 담겨 있다. 그는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명예욕을 자극하거나, 무한 신뢰를 보내는 등 다양한 수단으로 사람의 능력을 뽑아낸다. 그 사람이 그의 반대자라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과거를 불문에 부친다. 5년 전 서울시장 취임식 날, 서울시 고위 간부가 그를 찾아와 '살생부'를 내밀었다. 시장 선거 때 상대편을 도운 명단이었다. 그는 살생부를 뜯어 보지 않고 돌려보냈다. 일부 언론에 명단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보복 인사는 없었다. 소문이 퍼졌고, 살아남은 그의 반대자들은 도리어 더 열심히 일했다.

원세훈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은 "출신과 연고를 따지지 않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을 쓰는 것이 이 당선자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CEO가 실력을 중시하는 조직에선 경쟁이 불붙는다. 이 당선자는 현대 그룹 회장 시절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적군'인 현대차 노조 편집장의 여동생을 비서로 채용했다. 성적이 최고였기 때문이었다. 여비서는 성심껏 일했고, 결과적으로 현대차의 노사관계도 부드러워졌다.

이 당선자는 실수했다고 해서 사람을 자르지 않는다. "그릇을 씻지 않는 사람보다 씻다가 깨는 사람이 낫다"고 이 당선자는 말해 왔다. 서울 버스체계 개편 초기 그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명박 시장 퇴진 국민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주위에선 교통체계 개편을 주도한 음성직 교통관리실장 경질을 건의했다. 그는 건의를 일축했다. 대신 자신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원 전 부시장은 "일을 시키되 책임을 자신이 지기 때문에 밑에선 일에 몸을 던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의 잠버릇을 보자. 그는 자다가 전화를 받아도 평상시처럼 통화하고 다시 잔다. 현대그룹 CEO 시절 형성된 버릇이다. 해외 현지에서 전화하기 좋은 시간은 한국에선 한밤중이나 새벽이다. 그는 사장이 졸린 내색을 보이면 급한 업무라도 부하 직원이 전화를 걸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외에서 한국 시간에 맞추면 하루 이틀이 금방 넘어간다.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시간과 자원이 낭비된다. 그는 연습을 거듭했고, 새벽 1~2시에 자다가 전화를 받아도 낮에 전화를 받듯이 또렷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직원들은 아무 때나 이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그는 끝까지 일을 챙긴다. 한나라당 경선을 하루 앞둔 8월 18일, 그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동안 캠프 사무실을 지켰다. 그는 전국의 당협위원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투표를 독려했다.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표는 그날 기자회견 뒤 일찌감치 캠프를 떠났다.

'끝없는 경쟁'은 이 당선자가 집착하는 조직 관리 방식이다. 그는 대선 기간 중 캠프에 칸막이를 치지 않았다. 경선 때는 후보 홍보물을 한 곳에 맡기지 않았고, 후보 연설문은 많을 땐 네 사람이 썼다.

젊은 실무자들을 중용하는 것도 이 당선자가 조직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방법 중 하나다. 서울시장 시절 그는 간부회의 때 과장급 이하 실무자들까지 배석시켰다. 대선 기간에도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늘 회의에 참석시켜 질문을 쏟아냈다. 실무자들은 신을 내 일하고, 간부들은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위기감으로 일에 달려들었다.

이 당선자는 자신의 조직에 2인자를 허용하지 않아 왔다. 그것은 이 당선자가 절대적 권한을 지닌 오너 밑에서 오랫동안 독점적 위치의 CEO로 지내오는 과정에서 몸에 밴 것일 수도 있다. 2인자의 존재가 자신에게 정보와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 당선자가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갈등 뒤 캠프의 2인자로 불린 이재오 의원을 사퇴시킨 것을 그런 맥락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당선자는 끊임없이 사람을 체크한다. 흔히 이 당선자의 복심(腹心)으로 평가받는 정두언 의원도 정무부시장 시절 이 당선자의 인터폰을 세 번 받았다. "이 인사(人事) 왜 이렇게 했어?" 모두 정 의원이 사전에 보고했던, 인사에 관한 질문이었다. 대선 기간 대통합민주신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한창일 때 이 당선자는 클린정치위원회에 방어의 전권을 맡기다시피 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 대신 실무진을 찾아 물어봤다. 일종의 크로스체크였다.

'CEO 이명박'에겐 냉정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목표 성취에 골몰하는 리더가 흔히 듣는 얘기다. 이 당선자의 측근과 지인 누구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정두언 의원은 "일을 해내려다 보니 사람 관리를 하지 않아 그렇다"고 분석했다. 곱씹어보면 '내 편'이었다고 챙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여옥 의원은"그 같은 냉정함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연고주의를 끊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냉정함이 승자독식(勝者獨食)으로 흐르고 포용력 부재(不在)로 나타날 경우 우군을 돌아서게 하고 적을 양산할 소지도 있다.

이 당선자는 12월 19일 밤 대통령 당선 후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살리고, 국민 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그가'대한민국 CEO'로서 대한민국 주주인 국민에게 약속한 목표를 어떻게'실천'할지가 주목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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