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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스핑크스는 목소리가 살인 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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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보이스 오디세이
김형태 지음, 북로드, 224쪽, 1만1000원

카페 안. 세련된 차림의 꽃미남이 들어서자 뭇 여성들의 탄성과 함께 온 시선이 그에게 쏠리는데… 그때 휴대전화 벨이 울리고, 그가 전화에 대고 하는 말. “예, 엄니. 지, 만수유.” ‘쨍그렁~’ 카페 안은 이내 환상이 깨지는 소리로 가득 찬다. CF의 한 대목인 이 장면은 목소리가 인간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결정적 요소임을 보여준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이 그걸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사람들이 대화를 할 때 영향력을 미치는 순서로 목소리가 38%의 비중을 차지하고 표정이 35%, 태도가 20%인 반면 내용은 겨우 7%에 불과하단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신화와 전설, 역사, 동화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넘나들며 목소리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목소리 탐방기다. 국내 최초의 음성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음성 전문가인 저자의 해박하고 상상력 넘치는 해설과 함께 여행하다 보면 우리가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신화나 역사 속에 목소리에 관한 수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이를테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같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수께끼에 대답을 못하고 죽어갔지만 “아침엔 네 발, 점심엔 두 발, 저녁엔 세 발로 걷는 게 뭐냐”는 초등학생 수준의 답을 몰라 죽은 게 아니다. 얼굴은 여성이고 몸이 사자인 스핑크스의 경우 후두부와 폐는 사자의 기관을, 구강과 혀, 입술은 인간의 것을 갖는다. 사자는 5~50Hz의 초저주파수의 소리를 내는데 이는 두려움과 공포는 물론 경외심까지 느끼게 한다. 그런 목소리가 여성의 입술을 통해 나온다면 그야말로 배가된 야누스적 공포를 느꼈을 테고 인간은 그야말로 정신이 혼미해져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밖에 신의 목소리가 우렛소리로 표현되는 이유, 뱃사람을 유혹하는 세이렌의 장송곡, 거세를 통해 얻은 성역의 카스트라토, 나폴레옹과 링컨의 목소리 정치학, 사이보그의 목소리 등 그야말로 목소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가히 목소리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다.

이훈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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