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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헬기 越境 파장-北측 처리방향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군 헬기의 휴전선 이북 월경(越境)사건은 경위와 이후 상황이 자세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北-美핵협상 타결등 관계가 해빙(解氷)무 北-美드를 타고 있는 시점에 발생함으로써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나온 북한측과 미군측 발표로 미뤄볼때 美8군 제17항공여단소속 OH58헬기가 북한영공으로 넘어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영공을 넘어선 원인이나 그후의 상황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韓-美는 눈이 쌓인 산악지대에서 헬기가 방향을 잃어 월경해 북한에 불시착한 것이라 말하고 있고 북한은 북한영공을 정찰하다격추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비행착오」를 주장한 반면 북한은 고의적 침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어쨌든 원인제공자가 미군측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북한측으로선 미군측의 하자가 분명한 만큼 앞으로 北-美관계를 이끌어가는데 이 문제를 여러방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호재로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 강경파들의 北-美합의 와해음모를 계속 비난해온 북한은승무원들을「미제 스파이」로 규정하며『미국의 전쟁위협』증거로 이를 활용할수 있고 특히 군부등 북한의 강경파들이 이를 근거로 대화파들을 몰아붙일 수 있다.
북한은 또다른 한편으로 이 사건을 대미(對美)관계개선에 유화제스처로 생색내기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같은 북한의 의도는 앞으로 北-美간에 헬기. 승무원들의 송환협상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미국은 사건 자체를 발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모처럼 고조되고 있는 北-美간 긴밀관계를 고려,강경책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이는 분명 미군헬기가 북한영공을 침범한데다 조종사가 생존해 있어 그 생환에만 주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당국은 여러차례의 북한의 미군기 피습에 대해 북한당국에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81년 8월26일 공해상공에서 임무를 수행중이던 美SR71(블랙버드)機가 북한의 미사일공격을 받은 때에는 당시 레이건 美대통령의 수석고문 에드윈 미즈가 『만약 북한의 미군정찰기 공격사건이 또 발생한다면 미군기는 북한■ 미사일기지를 폭격할 수도있다』고 강경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北-美합의등으로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고 북한의선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불시착하려는 헬기의 격추여부▲조종사에 대한 대우▲송환에 대한 북측의 태도등에 따라선 강경대응도 배제될 수 없다.
북한과 미국이 송환을 위한 협상으로 온건한 해결방법을 찾는다면 계속되는 北-美간 관계개선 분위기가 영향받지 않겠지만 만약강경대응이 나올 경우 지금까지의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될 수도 있다. 조종사들의 송환을 위해선 송환협상을 해야하고 이 문제는판문점의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다뤄져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일방적인 철수로 기능이 마비되어 있는 이 기구가 다시 가동될지 주목된다. 미국은 이 위원회의 가동을 원할 것이나 북한이 반대할 것으로 보여 대신 비서장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미군측은 우선적으로 이들의 생환에 가장 주력하고 있는데 실제로 지난 77년 7월14일 비무장지대 상공에서 북한에 의해 격추된 CH47 헬기의 생존승무원 1명과 사망자유해 3구가 정전위 협상으로 판문점을 통해 이틀만인 16일 송환된 적이 있다.
군의 한 고위관계자는『일단 헬기의 격추여부를 정확히 파악한뒤군사정전위를 통해 북한측에 피습경위등을 추궁하겠다』면서『정전위에서는 우선적으로 조종사들의 생환에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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