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지션 이동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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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포지션 이동바람이 불고 있다.
한화 3루수 강석천(姜錫千)과 태평양 1루수 이숭용(李崇勇)은 내년시즌 외야수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쌍방울 지명타자 김기태(金杞泰)는 아마시절 자신의 자리였던 1루로 복귀한다는 구상을 마쳤다.또 OB 임형석(林炯奭)은 오랜 방 황을 끝내고다시 3루로 돌아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포지션별 특성과 기술이 더욱 전문화되는 프로야구에서 오랫동안맡아왔던 포지션을 떠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이다.그러나 보다 나은 성적을 올리겠다는 선수개인의 욕심과 전력의 극대화를이루려는 코칭스태프의 결단이 맞물려 포지션 이 동은 시즌이 바뀔때마다 심심치 않게 있어 왔다.
지난 시즌만해도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다섯번이나 받은 삼성 이만수(李萬洙)가 1루수로 돌았고 해태 홍현우(洪弦佑)는 수비부담이 큰 2루에서 3루수로 변신했다.
비록 홍현우는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을 저지르는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장래를 감안할때 바람직한 변신으로 여겨지고 있으며이만수도 선수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평가할수 있다.85년 입단해 3루수 골든글러브를 따냈 던 해태 이순철(李順喆)은 86년 한대화(韓大化)에게 자리를 내주고는 외야수로 나서 네차례나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다.세번이나 2루수 골든글러브의 주인이 됐던 삼성 김성래(金聲來)도 부상에서 회복해 93년 1루수 골든글러브를 획득,성공적인 변신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그밖에 유격수에서 3루수로 변신한 롯데 공필성(孔弼聖),3루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한 OB 김상호(金湘昊)등이 포지션을 옮기면서 더욱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포지션을 옮기는 것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92년 26개의 홈런을 친 임형석은 이후 유격수.외야수.1루수를 왔다갔다 하며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등 기대를 져버렸고,교통사고뒤 투수에서 3루.외야.1루를 전전했던 김건우(金健友.
LG)는 끝내 재기하지 못하고 은퇴하고 말았다.
강석천은 기대주 이민호(李珉浩)에게 3루를 내주었고,이숭용은1루수 김경기(金敬起)의 벽을 넘지 못해 외야수로 전향한다.또김기태는「반쪽선수」의 불명예에서 벗어나고 싶은데다 어깨부상도 나아 1루수비를 결심했다.이들말고도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면 경쟁이 버거워서,또는 팀전력의 효율적 배치를 위해 포지션을 옮기는 선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자(强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프로야구의 치열한 단면이기도 하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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