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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국내취업현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는 분야는 내국인을 구할 수 없는 전문기술직에 제한돼 있고 단순기능직.일용직 취업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외국인은 교수.외국어 강사.기술 지도자등 고급 직종에만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말 현재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갖고 있는 외국인은 4천7백66명이고 이 가운데 41.1%(1천9백61명)가 외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외국인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직종에 취업하면 불법 취업자인 셈이다.
그러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저임금이라는 매력 때문에 불법인 줄 알면서도 값싼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해 왔다.
주로 동남아출신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관광이나 친지방문등의 명목으로 입국했다가 불법 취업자로 눌러 앉았다.91년말 2만5천명이던 불법 취업자는 92년말 6만7천명으로까지 늘었다.그후 다시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 9월 현재 5만2천명 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2만1천3백79명(41.1%)으로 가장 많고 필리핀 7천9백7명(15.2%),방글라데시 5천5백27명(10.6%)등의 순이다.중국인들은 물론 대부분 조선족으로 친지방문을 이유로 입국했다 건설업.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이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인력수요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들의공급이 늘어난 노동시장의 수급현상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불법 취업자를 줄이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동시에 해소하는 방법으로 91년부터 산업기술연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연수라는 조건을 붙여 외국인의 단순 기능직 취업을 제도화한 것이다.지난달말까지 합법적으로 입국해 연수형식으로단순 기능직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3만2천8백52명이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들어온 연수생들도 상당수가 연수업체를 무단으로 이탈해 불법 취업자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말까지 기협중앙회의 외국인산업기술 연수협력단을 통해 들어온 외국인 연수생은 1만9천3백29명인데 이 가운데 이미 1천7백18명이 연수업체를 무단이탈해 잠적해 있는 상태다.
무단이탈은 82%가 입국후 2개월내에 잠적하는 것으로 나타나연수생중 상당수가 이미 입국전부터 불법으로 취업할 계획을 갖고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들이 무단이탈하는 것은 합법적인 연수업체보다 불법으로 취업한 사업장의 수입 과 대우가 더 좋기 때문이다.
상공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연수생의 보수는 월 25만~40만원이지만 불법 취업자의 경우 대부분 월 50만~8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수생들의 입장에서는 다른 업체로 가면 더 많은 월급을 주는데 굳이 연수업체에 붙어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보험혜택도 불법 취업자가 합법적인 연수생보다 오히려 나은 상태다.불법 체류자들은 또 연수생들과 달리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는 반면 연수생들은 기협중앙회를 통해 손해보험회사의 상해보험에단체로 들고 있는데 보상범위가 산재보험보다 적다 .
산재보험의 경우 다쳤을 때 치료비 전액을 보상해주는데 비해 상해보험은 최고 2백만원까지만 보상해준다.보험료도 상해보험이 연 16만4천5백94원으로 산재보험(연 12만2천4백원)보다 비싸 이래저래 연수생들만 불리하게 돼 있다.
또 이들은 자기 나라에서 연수생으로 뽑히기까지 상당한 비용을쓰고 있는 것도 불법취업의 원인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의 경우 송출기관이 교육비.출국 절차비등의 명목으로3만~4만元(3백만~4백만원)과 귀국 신원보증금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수생들이 이미 빚을 지고 들어온 상태라는 것이다.이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빨리 빚을 갚겠다는 심산으로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고수입이 보장되는 업체로 옮기고 있다. 무단이탈 연수생들의 출신을 보면 73%(1천2백54명)가 조선족이다.이들은 말이 통하고 외모도 내국인과 구분이 안돼 한번 잠적하면 적발해 내기 힘들다.이들은 또 국내에 일부 연고가있어 알음알음으로 임금이 높은 서비스업에 진출하고 있다.음식점.유흥업소에서 자주 눈에 띄는 조선족 종업원들이 대부분 이렇게일자리를 얻은 경우다.
또 외국인 연수생에게 접근해 불법취업을 알선해주는 브로커도 판을 치고 있어 무단이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이들은『월급 많이 주는 업체를 소개해주겠다』며 지정된 연수업체 외의 타업체로이탈할 것을 유혹하는데 거래(알선)가 이뤄지면 연수생으로부터 1인당 10만원,고용업체로부터 약 30만원 정도 각각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국인 연수생의 사후관리는 연수협력단이 맡고 있으나 일손이 모자라 무단이탈자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경우 조사과 요원 6명이 관내에 체류중인 외국인 1만6천4백명을 관리하고 있어 무단이탈을 단속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실제로 지난달까지 무단이탈자를 붙잡아 강제 출국시킨 경우는 전체 이탈자의 2%인 30명에 불과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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