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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유조선 '쌍방 과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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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상 최악의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는 해상 크레인 선단과 유조선 양측 모두의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태안해양경찰서는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 예인선 2척의 선장 조모(51)·김모(45)씨와 해상크레인 부선(바지선) 선장 김모(39)씨에 대해 해양오염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 선박 파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발표했다. 해경은 또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선장 숄 싱(인도인)에 대해서도 해양오염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경에 따르면 예인선과 크레인 부선 선장들은 사고 당일인 7일 새벽 거센 풍랑 속에서 선박을 운항해 충돌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항만 관제실의 비상 호출에 한 시간 이상 응답하지 않아 안전조치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유조선 선장은 사전에 해상크레인과의 충돌 위험성을 알고도 신속히 피하지 않은 혐의다. 태안해경 최상환 서장은 "악천후로 조종이 원활하지 못한 배가 다가올 경우에는 기관을 사용해서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충분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사고 유조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조사 결과 예인선의 와이어가 끊긴 시간은 오전 6시52분이며, 당시 크레인 부선과 유조선 사이의 거리는 1~2마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오전 7시6분에 크레인 부선이 유조선과 충돌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예인선·부선 선장과 유조선 선장이 사고 직전 교신시각과 사고를 피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 엇갈린 진술을 해 경찰은 수사를 더 하기로 했다. 예인선과 부선의 선장은 와이어가 끊긴 뒤 대산해양청·유조선에 충돌 위험을 알리고 예인선을 부선과 유조선 사이에 밀어 넣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조선 선장은 예인선 및 대산해양청과의 통신 이후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앵커(닻줄)를 늘여서 배를 이동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태안해경은 사고 직후부터 해상 크레인과 예인선 관계자, 유조선과 대산해양수산청 항만관제실 관계자 30여명을 소환해 사고 경위와 과실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최상환 태안해경서장은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 해상 크레인 선단과 유조선 양측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며 "앞으로 추가 수사를 통해 혐의가 있으면 추가 입건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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