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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012년 CO₂배출기준 대폭 강화 국산 차 수출 비상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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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럽연합(EU)이 2012년부터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CO₂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보기 때문이다.

EU는 배출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자동차 회사들에는 거액의 벌금을 물릴 방침이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를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하는 대형 승용차 생산 업체들은 물론 유럽에 차를 수출하는 국내 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EU 집행위원회는 2012년부터 신차의 CO₂ 배출량을 주행거리 ㎞당 120g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평균 배출량(160g)보다 25% 정도 강화한 기준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EU 수출이 전체 수출량의 21%를 차지(2006년 74만 대, 65억 달러 상당)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자동차의 평균 CO₂ 배출량은 ㎞당 167g으로 새 기준을 40%나 초과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 초 EU집행위와 평균 CO₂배출량을 2009년까지 ㎞당 140g 이하로 감축하는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CO₂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내 업계의 투자 규모나 기술 개발 노력이 미미해 이 자발적 협약조차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늦어도 2010년까지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CO₂ 배출이 적은 디젤엔진 기술을 개발하고▶차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신소재를 확보하며▶하이브리드 카 등 친환경차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 배기가스를 제법 많이 배출하는 차를 EU 지역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엔진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승용차와 고급 스포츠카 위주로 생산하는 유럽 업체들이 더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강철구 자동차협회 이사는 “이번 규제 방안이 시행되면 CO₂ 배출량이 국산보다 많은 BMW·다임러 등이 더 부담을 안을 것”이라며 “오히려 국내 업체가 유럽 판매량을 늘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홍·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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