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플@비즈] 무노조 르노삼성차 노사화합 비결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르노삼성자동차의 조희국(43·左)사원대표위원회 위원장과 이승희(56·전무)인사본부장이 최근 수상한 노사문화대상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00년 9월 출범 뒤 한번도 공장 라인을 멈추지 않았다. 올여름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반대하는 ‘정치파업’에 돌입했을 때도 꼬박꼬박 하루 700여 대씩 완성차를 만들었다. 생산직 근로자가 2000여 명에 달하는데 노조가 없다. 대신 사원대표위원회라는 근로자 조직이 있다. 조희국(43) 사원대표위원회 위원장과 이승희(56) 인사본부장(전무)은 “노사가 합쳐 ‘신노사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회사는 최근 노동부 노사문화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노사 화합의 비결은 뭘까.

-사원대표위원회는 노조와 어떻게 다른가.

(조희국)“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근로자의 실익과 관련된 일에만 집중한다. 다른 업체처럼 근로자 내부에 파벌도 있고 선거도 치른다. 물론 쟁의권이 있지만 한번도 발동하지 않았다. 극한 대립으로 가기 전에 대화를 통해 해결이 가능했다. 노조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 않는 것은 근로자의 실익만을 대변하는 조직임을 분명히 하려는 뜻이다.”

-노사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푸나.

(이승희)“대표이사의 일과는 사원대표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근로자의 불만사항을 체크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월별·분기별로 공식 면담이 있다. 사원대표위원회 대표는 수시로 최고경영진과 개별 면담이 가능하다.”

-르노삼성만의 독특한 노사문화라면.

(조)“삼성자동차에 일한 근로자들은 빅딜의 홍역을 겪었다. ‘회사가 살아야 내가 존재한다’는 걸 절감했다. 2004년에는 근로자들이 나서서 임금동결을 결의했다. 75%가 찬성했다. 한마디로 애사심이 남다르다.”

-회사에서 근로자를 대할 때 가장 중시하는 원칙은.

(이)“모두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전체 이익의 5%를 나눠주고 이익분배금 제도를 따로 운영한다. 그래서 처우가 경쟁 업체보다 낫다. 지난해는 파업한 경쟁사보다 임금인상률이 더 높았다. 사장이 사원대표위원회의 면담을 거절한 적이 한번도 없다.”

-금속노조 출범으로 자동차 업계가 정치파업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조) “금속노조에서는 르노삼성을 조직에 가입시키는 게 숙원 사업이라고 한다. 노조는 노동자 실익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갈수록 노조 집행부의 이해 관계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거듭 다짐한다.”

-전환배치나 업무시간 배정 등은 회사가 전권을 행사하나.

(이)“단협 조항에 개인 의사를 존중한다고 명시했다. 회사의 생산량 조정과 관련, 사원대표위원회의 반대에 부닥친 적이 없었다. 현재 한 라인에서 네 차종을 한꺼번에 생산한다. 그럼에도 차 한 대를 만드는 시간은 23시간으로 경쟁 업체의 30시간보다 훨씬 짧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