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댓글] 인생이 추운 스물여덟 고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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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세상에 외롭고 힘들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만 취업에 실패한 요즘 학생들만 할까요?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 올해도 취업을 하지 못한 채 하는 수 없이 학교에 남게 되는 학생들의 크리스마스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고시생들도 비슷한 기분이겠죠.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오른 한 고학번 고시생의 글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학교에 남아 있는 스물여덟 고학번입니다(대학원 아니고 학부 -_ㅠ). 게다가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무능력 고시생. 친구들은 모두 사회에 나가서 열심히 돈 벌어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좋은 옷도 사는데 저는 부모님께 죄송스레 받은 한 달 용돈을 30일로 나눠 빠듯하게 살고 있죠. 하루 용돈(약1만원)을 초과해 지출하는 날엔 가슴이 철렁거립니다. 지금이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라 생각하면 이 정도인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참 가난한 20대라는 생각에 우울해지는 밤입니다.”

 이 글을 본 네티즌 ‘잉어’는 “진짜 공감합니다. 고시식당 쓰레기밥 먹으면서 이거라도 먹으니 난 행복하구나 생각하면 가끔씩 비참해지는 듯…”이라고 했고 ‘기분 좋은 햇살’은 “남일 같지 않습니다…ㅠㅠ 얼른 붙고 나갑시다”라고 했습니다.

 취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학부를 전전하는 학생도 꽤 많아 보였습니다. ‘yooo~n’은 “학부생 중에도 형이 있다니 너무 반가워요. 형, 힘내세요. 그래도 미래는 있잖아요, 우리. 늦게까지 학부생으로 남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요. 친구들 직장 갖고 한걸음씩 올라가는데 혼자 아직 졸업 못하고 뒤처지는 듯한 소외감에 고통받는 것도 이해해요”라며 공감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과거에 비슷한 고민을 했던 선배 직장인들의 조언도 줄을 이었습니다. 직장인 심관씨는 “글쓴님이 부럽군요. 직장 다니는 저는 점점 인생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게 눈에 빤히 보이는 숨막힘을 견디고 있는 중이거든요. 제가 스물여덟 때에도 비슷한 고민을 했어요. 당시 석사 1년차라, 직장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죠. 앞으로 1~2년 안에 하고 싶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그대! 가능성을 즐겨라!”라고 격려를 아까지 않았습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 생각하면 어떨까요?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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