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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영화] 대통령만 볼 수 있는 '비밀의 책'을 빼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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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감독 : 존 터틀타웁
출연 : 니컬러스 케이지·다이앤 크루거·존 보이트·헬렌 미렌·에드 해리스
장르 : 액션·드라마 등급 : 12세

 역사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보물찾기 액션물이라는 점에서, 흡사 ‘인디애나 존스’시리즈의 후손 같은 영화다. 차이가 있다면, 지극히 미국적이라는 점이다. 지구촌 오지 곳곳을 누볐던 인디애나 존스와 달리 이 영화의 모티브는 미국의 역사이고, 주무대 역시 미국대륙이다.

 물론 이 영화의 직계선조는 4년 전에 나온 ‘내셔널 트레져’다. 주인공 벤 게이츠(니컬러스 케이지)는 전편에서 미국 건국 무렵의 보물을 찾아내 가문의 과업을 완수한 보물사냥꾼. 이번의 속편은 게이츠 가문의 조상이 링컨 암살에 공모했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오면서 시작된다.

 또 다른 보물사냥꾼 미치 윌킨슨(에드 해리스)이 물증까지 갖추고 이런 주장을 내놓자, 벤의 아버지 패트릭(존 보이트)은 큰 실의에 빠진다. 벤은 가문의 명예회복을 위해 진실추적에 나선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또 다른 ‘자유의 여신상’에서 단서를 찾아,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과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까지 잠입하지만 충분치 않다. 벤은 급기야 미국 역대 대통령들에게만 전수되는 ‘비밀의 책’을 엿보기로 결심한다. 케네디 암살사건의 진실에서 외계인의 실체까지 온갖 미국 발 음모이론의 해답이 담겨 있다는 비밀스러운 문헌이다.

 ‘내셔널 트레져’에는 이런 유형의 영화에서 기대할 법한 재미의 요소가 고루 담겨 있다. 역사적 사료를 동원한 수수께끼 풀이는 지하의 고대문명 유적지에서 벌어지는 롤러코스터식 액션으로 연결된다. 액션의 규모는 전편보다 한결 커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더한 이 팩션을 제대로 즐기자면 미국역사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는 편이 좋겠지만, 빠른 편집의 속도감은 몰라도 아는 척, 영화 전반의 흐름을 무리 없이 따라가게 만든다.

 여기에 캐릭터 드라마의 재미도 가세한다. 진실 추적을 위해 벤은 자신을 내쫓은 여자친구 아비게일(다이앤 크루거)에게, 아버지 패트릭은 20년 넘게 남남처럼 지냈던 아내이자 고문서 전문가 에밀리(헬렌 미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판이다. 두 커플의 밀고 당기는 관계가 영화 곳곳에서 자잘한 재미를 더한다.

 인디애나 존스와 차이점을 하나 더 찾자면, 이 영화의 보물사냥꾼들은 부보다는 단연 명예를 추구한다. 가문의 명예를 되찾으려는 벤과 패트릭 부자야 그렇다고 쳐도, 악당역할을 하던 미치 윌킨슨(에드 해리스)까지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문의 명예’를 선택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맥이 풀리는 대목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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