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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기업활동 明과暗-잘나간 기업.못나간 기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잘 나간 기업과 못나간 기업」.
재계에는 올해도 기업들의 부침(浮沈)이 많았다.오랜만에 경기가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좋아진 탓에 잘 나간 기업들이 꽤 늘었다.그러나 개방화.국제화 여파로 안팎의 경쟁이 심해지고 급격한 구조조정도 겹쳐 못나간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잘 나간 기업=매출을 크게 늘렸거나 히트상품으로 시장점유율을 크게 올린 회사,만성적 노사분규에서 탈출해 무분규를 기록했거나 흑자로 돌아선 기업등이 잘 나간 경우다.
반도체 3社인 삼성전자.금성일렉트론.현대전자가 먼저 꼽힌다.
세계 컴퓨터경기 호황으로 주력제품인 D램 반도체가 품귀현상을 보인 가운데 가격도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3社 매출이 작년보다 50~70% 늘고 순익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 다.이에 힘입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도 50%정도 늘어 올 처음 1백억달러가 넘는 1백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좋았던 자동차업계에서 특히 잘 나간 기업은현대자동차.쌍용자동차.현대자동차는 「無분규」를 기록했다.최근 몇년간 해마다 한달이상 파업으로 애를 먹었지만 올해는 산업평화를 이뤄낸 것.덕분에 매출은 당초 계획 8조5천 억원보다 많은9조5백억원,순익은 작년의 두배수준인 1천억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작년까지 몇년간 고전했던 쌍용자동차는 올해 무쏘의 약진에 힘입어 매출이 작년의 두배이상인 8천3백억원에 이를 정도가됐다.또 그동안 조용하게 넘어가지 않던 노사단체협상도 올해는 지난12일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원 찬반투표 에서 찬성 70.2%로 파업없이 타결되었다.
유화산업에서는 삼성그룹이 인수한 한국비료(삼성정밀화학)를 내년에 합병하고 정밀화학을 키우게 될 삼성종합화학이 잘 나갔다.
정부로부터 스티렌모노머(SM) 20만t 증설허가를 먼저 따낸 투자전략도 우수했다는 평이다.
정유쪽에서는 가격경쟁을 주도해 결과적으로 「가격주도권」을 거머쥔 쌍용정유와 대리점 확보전에서 발군의 성과를 올린 현대정유두 회사가 꼽힌다.
섬유업계에서는 이랜드와 충남방적이 잘 나갔다.이랜드는 매출이작년보다 43% 증가하는 7천7백억원이 예상될 정도로 캐주얼의류에서 호조를 보였다.충남방적은 92년말 화재를 당한 주력생산기지인 대전공장을 올 7월 완전복구했고 매출도 40%이상 늘려흑자반전을 확실하게 했다.
제지업계에서는 동해펄프와 한솔제지가 눈에 띈다.동해펄프는 매출전략이 성공해 올 매출이 1천5백억원으로 70%이상 늘고 적자의 늪에서도 거의 탈출하고 있다.한솔제지는 올들어 영우화학.
동창제지.동해투금등을 인수해 덩치를 크게 늘리며 매출도 34%증가하는 4천9백억원 정도를 기록할 전망.
이밖에 2년여 경쟁끝에 韓中 합작 중형항공기 주간사회사로 선정된 삼성항공,하이트돌풍으로 맥주시장을 휘저은 조선맥주,자기보다 덩치가 큰 대한중석을 6백61억원에 인수해 숨은 실력을 발휘했던 거평등도 잘 나간 기업들이다.
◇못나간 기업=부도나 부도직전까지 간 기업,적자로 돌아 선 기업,큰 사고를 내 이미지를 구긴 기업,시장점유에서 크게 밀리거나 남의 손에 넘어 간 회사들이다.
부도사태를 맞은 기업은 엔젤 녹즙기로 잘 나갔던 엔젤라이프가우선 꼽힌다.녹즙기 쇳가루시비와 자금난이 화근이었다.또 현대전자.대우전자에 이어 국내 3대 카오디오업체중 하나였던 카멘전자도 경쟁력약화로 11월 부도를 냈다.
정유가격전쟁과 대리점확보전에서 상대적이지만 유공과 한화에너지(경인에너지)는 시장점유율이 떨어졌고 하이트돌풍에 아이스로 맞섰던 동양맥주도 상품전략 차질로 적자폭이 넓어졌다고 할 정도로고전했다.
성수대교 붕괴로 동아건설은 기업이미지 손상이 컸다.우리 해외건설수주에도 주름살을 남기고 있다.
무리한 투자가 화근이 돼 부도가 났던 중견 강관업체 한국강관은 지난 2월에 제지그룹인 신호그룹에 넘어가 재기를 기약하는 비운을 맞았다.
〈成泰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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