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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내년 불확실성 더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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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선 막판에 친(親)기업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후보의 'BBK 동영상 파문'이 돌출하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명박 특별검사법' 국회 통과로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대선 불복 같은 최악의 정국이 펼쳐질 수 있어서다. 재계에서는 반(反)이명박 진영이 '이명박 특검'과 '삼성 비자금 특검'을 묶어 부패 대 반부패 정국으로 몰아갈 경우 반기업정서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서 3대 '세제통'으로 꼽혀 온 L국장. 그는 그동안 수 차례 제안을 받았으나 망설여 온 민간 로펌 행을 최근 결심했다. 그는 "공무원을 더 해봐야 비전이 안 보인다"고 했다. 요즘 과학기술부에선 인사를 앞두고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본부 요직을 다 제쳐두고 내년 10월 문을 여는 경기도 과천의 국립과학관 근무를 자청하는 사람이 쇄도하고 있다. 새 정부 초 정부 조직개편 바람도 피할 수 있고 2012년 행정수도로 이사가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대선이 끝나면서 과천 관가와 재계가 몸을 바짝 움츠리고 있다. 이 후보의 친기업정책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재계는 특검 정국이 불거지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 정부 5년 동안 몸집을 부풀려 온 과천 관가는 유력 대선 후보의 '작은 정부' 공약이 현실화할지 긴장하는 표정이다.

◆긴장 못 푸는 재계=재계는 그동안 '금산 분리(대기업의 은행 지분소유를 제한하는 제도)'나 '출자총액제한(자회사 늘리기를 막는 제도)'의 완화.폐지를 공약한 이 후보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오자 내심 큰 기대를 걸었다. 반기업정서도 옅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명박 특검법 통과 뒤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현재 상황이라면 대선 이후 정국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반이명박 진영이 반부패 공세의 수위를 높이면 재계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특검을 앞세워 기업에 무차별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 박사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이 투자.채용을 확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기존 경영계획을 보류.축소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간부는 "지금 분위기라면 대선 이후 예정된 회장단 송년 모임도 비공개로 조용히 치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움츠러든 관가=건설교통부는 요즘 극도로 말조심.몸조심을 한다. 2005년 강북 뉴타운과 강남 재건축 규제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맞붙었을 때 건교부는 '행동대장'을 자처했다. 당시 이 후보가 서울시장이었다. 간부들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 시장의 서울시 정책을 거칠게 공격했다. 이런 건교부가 최근 이 후보 공약인 '신혼부부 12만 호 주택공급'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2년 전 악연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정부 부처끼리 정책 주도권을 쥐기 위한 '샅바 싸움'도 한창이다. 공기업 개혁이 대표적 예다. 기획예산처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공공개혁은 예산처가 했다며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정경제부는 공기업 지분은 정부 재산이므로 재정을 담당하는 재경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한 간부는 "부처마다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업무 범위를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정경민.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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