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명박·삼성'쌍끌이 특검' … 4·9 총선 재격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18일 서울 종로구 선관위 직원들이 경기상고 체육관에 개표소를 설치한 뒤 회의하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사생결단하듯 싸움을 하다 대선 승부가 판가름 난 이후엔 잠잠해지던 게 정치권의 과거 모습이었다. 2002년과 1992년 대선이 끝난 이튿날엔 2위 패배자 이회창 한나라당.김대중 민주당 후보가 각각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97년에도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던 이회창 후보는 총재 직을 내던지고 몸을 바짝 낮췄다.

'대선 후 정국'은 노무현(2002년).김대중(97년).김영삼(92년) 당선자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됐다. 임기 말을 맞은 현직 대통령도 새 당선자에게 전폭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 후 정국은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대선 뒤 당선자와 후보들 사이 격돌과 소용돌이는 더 커질지 모른다. 노 대통령도 새 당선자에게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10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교체되기 때문에 세력 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그뿐이 아니다. 일각에선 패배한 후보자들이 이명박 후보가 '특검법 피의자'로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논리와 명분으로 '대선 불복'의 근거를 삼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하고 있다. 파란만장한 대선 후 정국을 예측하게 하는 결정적인 환경은 내년 4월 9일의 제18대 총선이다.

대선 과정에서 분화된 각 정파가 총선을 겨냥해 사활을 건 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당끼리의 선명성 경쟁뿐 아니라 같은 정당 안에서도 당권을 쥐기 위한 헤게모니 투쟁이 상황을 꼬이게 할 것 같다.

게다가 당선자를 둘러싼 공방이나 총선 싸움의 재료로 이른바 '쌍끌이 특검'이 불쏘시개로 등장했다.

'이명박 특검법'과 '삼성 특검법'으로 내년 1월 초순 수사가 착수될 전망이다. BBK 의혹 규명을 목적으로 하는 이명박 특검법은 말 그대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2002년 대선 당선 축하금 수수 의혹이 포함된 삼성 특검법은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각 정파는 올 연말부터 새 대통령 취임(2월 25일) 전후까지 두 특검의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를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워놨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총선 때까지 이명박 후보의 비리 의혹을 끈질기게 추궁해 현재처럼 원내 제1당 지위를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상대방의 정치공세를 막고 대선 정국에서 확보한 정국 주도권을 총선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정동영 후보의 신당과 문국현 후보의 창조한국당, 이인제 후보의 민주당 등 범여권 세력의 이합집산 가능성을 감안하면 정치권이 완전히 새 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는 주장한다.

▶BBK 주가조작 사건 기사 목록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 기사 목록

글=김정욱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