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마음 맞는 후보 없다고 기권 핑계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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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결정의 날이 밝았다. 오늘 3765만 유권자는 대한민국을 5년간 이끌어갈 제17대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역대 대통령 선거 치고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겠지만 이번 대선은 역사적 의미가 더하다. 청년 실업과 경제 침체, 북한 핵과 사회 양극화 등의 문제를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 경제와 사회가 선진국을 향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시점이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세계 속에 우뚝 선 한국’의 꿈은 영영 사라지고, 앞서가는 일본과 추격하는 중국에 의해 동아시아에서조차 미미한 존재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우리는 맞고 있다. 투표소를 찾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거 공보라도 뒤져서 후보자들의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 거기서 후보자의 비전을 읽어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국가적 난제를 풀어 갈 적임자가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유연하게 조정해 낼 타협의 리더십을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고 있다.

 나와 내 가족과 우리 공동체가 절실히 바라는 목표를 충족시켜 줄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차분하게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역대 최저가 되지 않을까 마음 졸이고 있다고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화나고 짜증난다고 해서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면 내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아예 투표를 외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후보자들이 못마땅하고 흠결이 아무리 많을지라도 기권할 핑계는 되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선진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 시대적 목표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후보를 찾아 한 표를 던지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며 의무이기도 하다.

 나의 한 표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대통령을 선출하고 정치 문화를 바꾼다. 마음을 다잡고 투표장으로 향하자. 그래서 오늘 우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역사가 기록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