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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과 똑같은 여배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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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여왕이 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재능이 빼어나며, 지적이고, 예민하며, 매력적인 여배우였다. 이뿐만 아니라, 인생의 후반기에 그는 유니세프(UNICEFㆍ유엔아동기금) 친선 대사로 활약했다. 그의 관대함과 감성, 그리고 전세계 어린이와 어머니들에게 공헌한 고귀한 정신을 세계는 잊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명배우 그레고리 펙이 오드리 헵번(1929~93)의 영전에 바친 조사(弔辭)다. 헵번이 잠든 지 15년이 흘렀지만 펙의 조사처럼, 세계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 헵번의 고귀한 정신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미모와 패션 역시 두고두고 찬양의 대상이다.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에서 ‘오드리 헵번’을 치면 수만개의 팬 사이트가 뜬다. 우리나라에서도 헵번은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외국 여배우로 손꼽힌다.

헵번의 사망 이후 그의 팬들이 가장 즐기는 놀이는 헵번의 화신을 찾아보는 일이다. 많은 팬 사이트들이 생존한 여배우들 가운데 헵번의 닮은꼴이 누구인지 보여준다. 헵번 팬 사이트 가운데 이에 대한 가장 종합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은 ‘멋진오드리’(www.fabaudrey.com). 이 사이트가 제시한 후보 6명 가운데 무려 3명이 유럽 출신 여배우다. 이 사이트 운영자는 유럽 여배우를 선호하는 이유를 ‘그들에게는 요즘 미국 여배우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품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헵번은 영화배우로 한창 활약할 때부터 할리우드의 다른 여배우들과 뭔가 달랐다. ‘로마의 휴일’(1953)의 빌리 와일더 감독이 내놓은 헵번에 대한 유명한 평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드리는 사라져 버린 어떤 것으로 유명하다. 품위라든가 우아함, 그리고 매너….”

이 사이트가 내놓은 여섯 명의 후보를 생전의 헵번과 비교해보자. 물론 그들의 외모만 비교해서다. 패션이나 언행, 고귀한 정신까지 따지자면 헵번을 따라갈 여배우를 찾기 어렵다. ‘오드리 헵번은 모든 소녀를 닮았지만, 어떤 소녀도 오드리를 닮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사이트는 설명한다.

1. 오드리 토투(29)

영화‘아멜리아’(2001년)로 세계에 얼굴을 알린 프랑스 여배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영화배우 쿠바 구딩 주니어 등으로부터 ‘오드리 헵번의 화신’이라는 평을 들었다. 크고 검은 눈과 짧고 검은 머리가 ‘로마의 휴일’ 당시의 헵번을 빼닮았다. 이름마저 같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닮은꼴 후보다.

2. 요아나 하우스(27)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도전 슈퍼모델’의 2회 우승자. 이 프로그램에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년)에 출연할 당시의 오드리 헵번을 패러디한 사진을 촬영해 ‘똑같다’는 평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티파티…’는 요아나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3. 나탈리 포트먼(26)

영화‘레옹’(1994)에 10대 소녀 마틸다로 출연한 뒤 지성미 넘치는 여배우로 성장했다. 외모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헵번과 닮은 구석이 거의 없지만, 전반적으로 품위가 있다는 점이 흡사하다. 헵번의 아들인 션 헵번 페러는 포트먼을 어머니와 가장 닮은 여배우로 꼽았다.

4. 위노나 라이더(36)

청춘의 우상으로 군림하던 1990년대까지 라이더는 검고 짧은 머리 덕분에 ‘제2의 헵번’으로 불렸다. 그러나 오드리 헵번 팬들은 2000년대 이후 도둑질을 비롯한 각종 스캔들로 추락 중인 그를 헵번과 비교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5. 리브 타일러(30)

영화‘아마겟돈’(1998년)과 ‘반지의 제왕’(2003년)의 요정. 큰 눈과 검은 머리가 헵번을 빼다 박았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와 향수 모델 활동 경력도 비슷하다.

6. 수지 린더먼

유럽 영화에서 주로 개성있는 조역을 맡고 있지만 미국이나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작품보다는 오드리 헵번과 닮은 짧은 머리와 큰 눈으로 더 유명하다. ‘하워드 엔드’(1992년) 정도에서 어렵사리 그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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