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 생필품 제때 공급한 관리"정춘실을 본받자"군중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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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은 9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3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춘실 운동 선구자대회」를 대대적으로 개최,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비췄다.
이날 대회에는 강성산(姜成山)정무원 총리,이종옥(李鍾玉)부주석,홍석형(洪錫亨)국가계획위원장,연형묵(延亨默)자강도당 책임비서겸 인민위원장,당 비서 한성룡(韓成龍).최태복(崔泰福)등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북한에서 「정춘실 운동」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현재 자강도 전천군 상업관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정춘실(여)은 이곳에서 약40년전 말단직원인 「복무원」으로 출발,전천군 상업관리소 최고 책임자.최고인민회의대의원에까지 이른 입지전적인인물이다.
한낱 복무원 신분에 불과했던 그가 6기부터 9기까지 네 차례에 걸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역임하고 김일성(金日成)훈장,이중노력영웅 칭호를 수여받게까지 된 과정에는 정춘실이 30년전 창안한 이후 활용해 왔다는 「우리 가정수첩」이 계 기가 됐다.
이 수첩은 각 가구 구성원의 옷호수.신발 크기는 물론 결혼식.환갑날짜 등 상품의 수요.공급에 필요한 집안행사를 꼼꼼히 기록한 장부로 정춘실은 이 장부를 이용해 각 가정이 필요로 하는상품을 제때 공급해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춘실의 행위는 김일성으로부터 직접 호평받기에 이르렀다. 지난 64년 4월 전천군 공업품상점을 시찰한 김일성은 그의 「우리가정 수첩」을 보고 『공산주의 상업의 싹이며 아주 좋은 수요 연구방법이자 사회주의 상품공급 방법』이라고 높이 평가했었다. 이후 정춘실은 김정일(金正日)에 의해 다시 한번 크게부각된다.91년 10월31일 김정일은 『정춘실의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과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정신을 모든 일꾼들과 상업부문 종사자들이 따라 배울 것』을 지시,「정춘실 운동 」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도록 했다.
북한이 이번에 처음으로 「정춘실운동 선구자대회」를 개최하고 이 대회에 「郡의 역할을 높여 인민생활에서 전환을 일으키자」는김정일의 문헌이 전달된 점은 앞으로 김정일 신체제의 진로와 관련해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즉 김정일 체제는 앞으로 북한 주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수준 향상에 역점을 둠으로써 주민들로부터 지지기반을 획득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정춘실 운동」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생활필수품의 원활한 공급에 목적이 있는 것이고 과거에도 김정일은 「8.4인민소비품증산운동」 등을 발기,생필품 증산에 관심을 기울여 온 전력이 있어김정일 체제는 앞으로 주민 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경공업부문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더욱이 김일성에 비해 현저히 권위가 약하고 「인민대중 중심의우리식 사회주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김정일로서는 새로운 지도자로서의 권위 확보방안으로 무엇보다도 주민생활 개선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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