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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폭발 통신고장으로 착각-아현참사 확인 왜 늦어졌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아현폭발참사는 수도권 가스공급체계의 갖가지 문제점을 확인시켰고 그중 하나가 가스공급 차단장치의 허술이다.
이번 참사에서도 폭발은 오후2시52분에 시작됐는데 가스공급이차단된 것은 무려 41분이나 지난 3시33분이어서「재난무방비」상태임을 입증한 것이다.
27개 도시가스 공급기지와 배관망의 가스 흐름.밸브개폐 상태.온도.압력등 모든 상황이 자동 기록되고 원격조정되는 경기도 안산 가스공사 중앙통제실에는 사고직후인 2시52분 아현기지의 모든 신호가 꺼졌지만 근무자 3명의 대응은 아현기 지에 전화통화를 시도한 것이 전부였다.
통화가 불통되자 이들은 3시쯤『통신선로에 이상이 있으니 조치해달라』고만 연락하고 다음 근무자와 교대했다.
중앙통제소 관계자들은 3시15분쯤 가스공급사인 서울도시가스로부터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자 무전으로 현장 인근 가스기공 순찰차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불통됐고 경인관로사무소로부터는『예정된 점검작업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 았다.
서울본사.안전공사.서울도시가스.타 기지등이 난리가 난 3시25분까지 통제실 근무자가 통제소장에게 한 보고내용은『특별한 징후 없음』이었다.
관계자들은『하루에도 4~5차례씩 신호가 꺼지는 상태가 발생하지만 모두 통신선로의 이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 폭발사고 발생은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대형사고가 날때마다 지적되는 공조체계의 허점도 심각했다.
사고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소방서.가스공사.한전.방송국등의 유관기관에 일제히 지령이 내려가 진화작업.가스 추가공급차단.교통통제.전기안전조치등 피해 확산을 막는 모든 조치가 일사불란하게진행돼야 하는데 가스공사.가스기공.가스안전공사. 민간공급사 등으로 책임소재가 분산돼 서로 허둥대기만 했다.
경찰은 사고직후인 2시55분 안전공사에 신고했으나 안전공사측은 민간공급사인 서울도시가스에만 연락했을 뿐 정작 원격조정을 통해 1차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스공사 통제실에는 3시17분에야 연락이 취해졌다.
인접기지인 군자.합정기지등에서 신속히 감지해 조치를 취할 수있는 기지간 경보및 자동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 통제실의 주장대로 하루평균 3천여건씩의 이상경보가 울리기 때문에 기지의 이상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 그런 경보체계는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한 것이며,가스기지내에 폐쇄TV카메라를 설치하는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한 제2,제3의 아현사고는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芮榮俊.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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