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잇단 공연장 사고, 우연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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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연인가, 구조적 문제인가.

공연계에 때아닌 ‘12월 괴담설’이 퍼지고 있다. 연말이면 몰려드는 관객 덕분에 대박 행진을 이어갔던 예년과는 영 다른 풍경이다. 12일 예술의전당 화재로 시작된 초유의 공연 중단 사태는 이튿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옮겨갔고, 16일엔 최고 인기 뮤지컬 브랜드 ‘맘마미아’가 무대 세트가 작동하지 않아 아예 막을 올리지도 못했다.

<표 참조>

단순히 해당 공연 취소와 환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전체 공연물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킨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이에 대해 제작사측은 “사람의 문제가 아닌 기계적 오류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사고”라는 입장이다. 한 음향 전문가는 “몇년간 아무 이상 없이 사용되던 기기가 당일 갑자기 작동하지 못하면 딱히 방법이 없지 않은가. 어쩌면 라이브 공연이 짊어지고 가야할 숙명같은 것이다.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은 싸늘하다. “모든 책임을 기계적 오류 탓만 할 경우 비행기 추락 사고가 나도 기계 오류라고 치부하면 문제가 없는가”라고 반문한다.

사고의 원인을 찬찬히 짚어보면 열악한 한국 공연계의 앙상한 속살이 드러난다. 해외에선 무대 세트 작동의 완벽성을 기하기 위해 테크니컬 리허설(기술 연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빠듯한 대관 일정 때문에 이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에 문제가 된 ‘지저스…’의 경우, 프레스콜(본공연에 앞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공연의 일부분만 보여주는 것)때부터 음향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를 무시하고 공연을 감행한 셈이다.

또한 미국 브로드웨이 등에선 무대를 만든 제작소 전문 인력이 공연장에 상근하며, 세트의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인력·자본력 부족 등으로 아직 일반화되지 못했다. ‘맘마미아’의 경우, 초연 이후 벌써 4년째로 접어들면서 기계 장치가 다소 노화된 상태다. 이를 사전에 충분히 점검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무대 세트가 첨단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운영됨에 따라 사소한 오작동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씨는 “공정률이 높아야 상품이 많이 팔리는 것은 공연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돈이 많이 들더라도 불량률을 떨어뜨리는 제작 시스템이 절실할 때”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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