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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중국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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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노병용(56·사진) 롯데마트 대표는 올 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한 달에 한 번꼴로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다녀왔다. 매년 10% 가까이 성장하는 대륙의 소비시장을 공략하지 않고서는 할인점의 미래가 없다는 평소 생각 때문이었다. 현재 중국에는 세계 각국에서 진출한 1100여 개의 점포가 영업 중이다. 노 대표는 “신세계 이마트가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사실이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는 신동빈 그룹 부회장의 의지도 뒷받침됐다.

이런 노 대표의 ‘노심초사’가 결실을 거뒀다.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네덜란드 대형마트 체인 마크로(Makro)를 인수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중국 마크로를 운영하는 ‘CTA마크로’사의 지분 49%를 780억원에 인수하고 경영권을 넘겨받은 것이다. 마크로는 베이징에 5개, 톈진에 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초 베이징에 1개 점포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 1500억원, 당기순이익 35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롯데마트는 내년 초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무역연합부동산유한공사(CTA)가 갖고 있는 나머지 51%의 지분도 인수할 예정이다. 마크로의 이름은 중국명 ‘러티엔만이더(樂天滿意得)’, 영문명 ‘Lotte Mart’로 바꿀 방침이다. 베이징에서 조인식을 마친 노 대표는 “마크로는 도매 기능은 강했지만,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소매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진단한 뒤 “대대적인 점포 리모델링 등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을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중국 진출은 이마트와 대조를 이룬다. 이마트가 직접 입지를 찾아 점포를 여는 ‘그린 필드’ 전략을 택했다면 롯데마트는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단번에 기반을 마련했다. 노 대표는 “후발주자로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 때문이다. 급속히 커지는 중국 내수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서도 과감한 전략이 필요했다는 것이 노 대표의 설명.
 
이마트와 구분되는 또 하나의 전략은 ‘남진 정책’이다. 롯데마트는 베이징과 톈진 외에 산둥성과 랴오닝성 등지에 신규 점포를 더 세운 뒤 상하이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한 뒤 베이징으로 진출하는 이마트의 ‘북진 정책’과 대비된다.

노 대표 는 “앞으로 ‘그린필드 전략’과 ‘M&A 전략’을 병행해 10년 이내에 중국에서 300호 점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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