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시각 장애 이겨 낸 두 뮤지션 e-메일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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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덕 31일 송년콘서트 “비장애인보다 10배 더 연습”

시각 장애를 딛고 세계적인 팝의 거장이 된 호세 펠리치아노(62)가 28일(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 29·30일(서울 예술의전당) 내한 공연을 한다. 그는 라틴 음악을 비롯해 팝과 록, 재즈를 넘나들며 수많은 뮤지션에게 영향을 줬다. 호소력 짙은 서정적인 노래와 기타 연주로 그래미상을 여섯 번이나 받았고, 빌보드지가 수여하는 평생공로상도 받았다.

‘원스 데어 워즈 어 러브’(Once There Was A Love) ‘레인’(Rain) 같은 명곡도 불렀지만, 크게 히트한 곡은 크리스마스 캐럴로 사랑 받는 ‘펠리스 나비다드’(Feliz nabidad)다.

시각 장애인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33)이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이들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어쿠스틱 사운드를 추구하는 정상급 뮤지션이 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씨는 국내 최고의 하모니카 연주자로 평가 받고 있다. 그도 31일 재즈가수 말로, 펑크 뮤지션 전영진과 함께 연말 콘서트(숙명아트센터)를 연다.

-시각 장애는 내 음악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음악이 좋아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고, 비장애인보다 10배 이상 더 많이 연습했다. 당신은 어떤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 음악 인생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진정한 뮤지션이 되는 데 더 확고한 목표를 가질 수 있게 해 줬다.”

-뮤지션을 꿈꾸는 장애우에게 조언한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라. 돈·명예·관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음악을 시작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호세 펠리치아노28~30일 내한공연 “평화의 메시지 전하고 싶어”

-어쿠스틱 사운드가 다시 각광 받는 추세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좋은 질문이다. 전자 사운드를 들으며 성장한 젊은이들이 어쿠스틱 사운드의 매력에 끌리고 있다. 그들은 어쿠스틱 음악을 접하며, 새로움을 느끼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1968년 월드시리즈 경기장에서 미국 국가를 ‘제 멋대로’ 불렀던 것은 큰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은 인종과 계급, 성, 심지어 세대로도 나뉘어져 있었다. 나는 미국 국가를 솔 느낌이 강한 창법으로 불러 나와 내 가족에게 성공의 기회를 준 미국에 감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시 상황과 맞물려 큰 논란이 됐다. 나만의 방식으로 부른 미국 국가가 건강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처음으로 음악 차트에 오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당시 극우 보수주의자들로부터 협박이 빗발치긴 했지만….”
 
-음악에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동의한다. 나도 수년간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내놓은 ‘킬링스 낫 디 앤서’(Killing’s Not The Answer)에 그런 뜻이 담겨 있다. 노래를 통해 평화와 협력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펠리스 나비다드’로 한국인에게 성탄 메시지를 부탁한다.

“세대가 두 번이나 바뀌어도 이 노래가 계속 사랑받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회상하고, 내 조국(푸에르토리코)과 미국, 두 나라의 문화를 이어주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세계적인 크리스마스 노래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추억과 미래에 대한 소망은 큰 힘이 있다고 믿는다. 어두운 세상이지만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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