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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에는 좌·우 구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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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프랑스에서 요즘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자크 아탈리(64.사진)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프랑스의 대표적 석학으로 잘 알려진 아탈리는 9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출범한 '프랑스 성장 촉진 위원회'(일명 아탈리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1분 1초를 쪼개 쓸 정도로 정신 없이 바쁘다.

'프랑스호(號)를 침몰 위기에서 구하라'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특명 시한은 올해 말. 그때까지 노동시장 자유화, 상품.서비스 시장 활성화,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3대 분야에 걸쳐 구체적 해법을 내놔야 한다. 14일 그를 파리 시내 세귀르가(街)에 있는 아탈리 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점심 시간을 쪼개 그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역임한 좌파 성향인 귀하가 우파인 사르코지 대통령의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프랑스는 20년 전부터 개혁이란 것을 해보지 못했다. 개혁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의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나는 정파를 초월해 자유로운 입장이다. 좌.우를 떠나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통합해 개혁의 큰 틀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 직책을 수락했다. 프랑스의 개혁은 좌파냐 우파냐의 문제가 아니다."

-35가지 개혁 과제를 선정했는데 특히 중점을 두는 과제는.

"프랑스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각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예컨대 프랑스가 가진 디지털 분야의 기술적 우위를 농업.의료.교육 분야 등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프랑스의 국가 시스템을 개혁하고, 각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중간 보고서에서 귀하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 10개 생태도시 건설을 제시했다. 좀 더 거시적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물론이다. 최종 보고서에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사람들은 저성장.고비용.고실업이라는 세 가지 바이러스의 '프랑스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환자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여전히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고,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시급히 고쳐야 할 몇 가지 중대한 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주된 요인은 국가의 과도한 규제다."

-프랑스인들이 정신 상태를 바꾸지 않는 한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인 각자가 지금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차원에서는 그렇다. 프랑스인들은 사회적 진보는 집단의 노력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개인적 노력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

-미래에도 보존해야 할 프랑스적 가치가 있다면.

"매우 많다. 양보다 질에 대한 고집, 미(美)에 대한 집착, 비종교성, 과학적 사고…."

-귀하는 최근 일 년 새 한국을 세 번이나 방문했다.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 지난해 출간한 '미래의 짧은 역사'에서 장차 한국이 세계적인 강국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도 있다." -좀 과장된 것 아닌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통계학적 문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문제, 민주주의 시스템의 정교화 등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한국은 틀림없이 미래의 강대국이 될 것이다."

파리=배명복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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