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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14일 밤 100분 상경' 미스터리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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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회창의 14일 밤 미스터리'가 풀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주인공이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14일 경북 안동 유세를 마친 뒤 대구에서 오후 6시31분 KTX를 타고 상경했다. 그는 3시간여 뒤인 오후 10시 KTX를 타고 다시 대구로 내려가기까지 100분간 행적이 묘연했다.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를 놓고 정치권에선 '이회창 미스터리'라고 불렀다. 이 후보 측이 당일 상경 사실을 아예 부인해 버려 오히려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경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이혜연 대변인은 "혼사가 있는 친지가 이 후보를 꼭 뵙자고 해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유세를 취소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란 점에서 '미스터리'가 생겼다.

정치권에선 범여권 대선 후보 또는 국민적 인지도가 있는 인물과 만났을 것이란 추측이 끊이질 않았다. 급기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측에서 "만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회창 후보는 16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나려다 못 만났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나의) 진심을 알리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주 좋은 행동을 해주길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어서 찾아갔다"며 "아주 비공개로 찾아간 거라 (숨기거나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와 사전 약속은 있었느냐.

"없었다. 하여튼 나의 진정을 좀 직접 말하고 싶었다."

-이후 만날 계획은.

"아직 없다."

박 전 대표 측도 "이 후보가 오후 9시쯤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 벨을 누른 건 맞다"고 확인했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자택에 머물고 있었으나 이 후보의 방문 사실을 전해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측 경비들이 비서들에게 알리지 않고 "(박 전 대표가) 쉬고 계시지만 만날 수 없다"고 이 후보를 돌려세웠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은 "우리가 만나길 거절했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며 "연락 없이 박 전 대표를 찾아오면 누구라도 만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후 서울역장실 귀빈실에서 부인 한인옥씨를 잠시 만나고 동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이회창 후보가 박 전 대표를 찾아간 건 한마디로 구걸하러 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 후보가 사전에 '이명박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유포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박 전 대표에게 이를 알리고 거래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고정애.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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