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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마지막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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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일 밤 국회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려는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입구를 봉쇄 중이던 통합신당 측 당직자들이 뒤엉켜 육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16일 밤 긴급기자회견으로 국회 긴장사태가 해소됐다. 이 후보가 'BBK 특검법'의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대치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오후 11시30분 기자회견을 열 때까지도 한나라당의 당론은 'BBK 특검법 결사 반대'였다. 당 지도부는 국회의원들로는 부족해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예전 지구당 위원장), 시.도 의원까지 모아 본회의장에 진입하려 했다.

이 후보는 자기에게 불리할 수 있는 특검법안을 왜 받아들인 것일까.

한나라당이 내놓는 공식적 대답은 "여의도식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껴 특검을 전격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박형준 대변인)는 것이다. 이 후보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대선 후보 TV 토론을 마치고 오는 길에 국회의사당을 봤다. 국회는 문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찾았다"고 결심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오전 신당이 들고 나온 '이명박 동영상'에 대한 '이명박식 정면돌파'라는 해석이 더 많다. 자신이 2000년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최후의 대선 변수로 등장하자 특검 수용을 통해 맞불을 놓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BBK와 관련해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며 "그간 특검을 반대했던 것도 두려워서가 아니라 정략적 특검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하나다. 어떻게 해도 진실을 바꿀 수는 없다"며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이 후보가 이처럼 급작스러운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노무현 대통령의 BBK 사건 재수사 검토도 한몫했다는 게 한나라당 내 지배적 의견이다. 신당의 동영상 공세에 이어 노 대통령까지 자신에 대한 공격에 가세하자 '마지막 승부수'를 써야 할 때라고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문에서 "정권 연장을 위해 청와대가 가세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대선을 이틀 앞에 둔 상황에서 전선을 청와대로까지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특검 수용에는 더 깊은 계산들이 숨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후보가 특검을 전격 수용하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사실은 조건부 수용"이라는 신당 측의 의견도 그중 하나다. 신당 선대위 최재천 대변인은 "특검법을 국회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논의해 달라"는 단서를 단 이 후보의 기자회견문을 근거로 "자기편의적인 조건을 달아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다"며 이 후보의 결정을 '국면전환용''시간끌기'로 평가절하했다.

이 밖에 검찰도 무혐의로 판단한 BBK 의혹이 특검에서라고 달라질 리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집권 이후 호재로 작용할 것을 예상한 이 후보의 판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형준 대변인은 기자회견 직후 "특검 이후 이 후보의 국정운영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사를 나서다 지지자들을 만나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외쳤다. 이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장을 찾아 의원들을 격려했다.

글=남궁욱.임장혁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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