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맺힌 한 이제 놓으소서…" 추모 물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지하철 화재로 1백92명이 숨지고 1백48명이 다친 참사 현장(左). 1년 뒤 중앙로역에서 열린 '지하철참사 희생자 1주기 범시민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이 흰 풍선을 날리고 있다. [조문규 기자]

대구지하철참사 1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9시30분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 도로에서 유족과 부상자.시민 등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거행됐다.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된 중앙로역 일대는 행사 1시간 전부터 추모 음악이 울려 퍼졌고, 곳곳에 '아픔과 슬픔을 넘어 안전한 생명의 도시로…' 등 현수막이 보였다.

검은색 무대 위엔 희생자 1백92명의 영정.위패가 모셔졌고, 무대 앞에는 하얀 풍선이 매달린 2천개의 흰색 의자가 줄지어 배치됐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진혼북.진혼무 공연이 무대 앞에서 펼쳐지고 참사 발생 시각인 9시53분이 되자 묵념과 함께 추모식이 시작됐다.

동시에 대구 전역에도 사이렌이 울려 길 가던 시민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비명에 간 희생자를 추모하고 부상자의 쾌유를 빌었다.

이어 살아남은 자의 죄를 고백하는 '참회' 퍼포먼스, 유가족.정부인사.추모위원 등의 분향.헌화, 6대 종단의 종교의식이 차례로 진행됐고 각계 인사의 추도사 낭독이 이어졌다.

일부 유족은 참사 수습에 불만을 표시하며 강장관과 조해녕 대구시장의 추모식장 입장을 가로막거나 추도사 낭독에 반발하기도 했다.

유족 20여명은 또 유골함을 들고 시청에 몰려가 조속한 추모공원 조성을 촉구하며 항의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고건 국무총리는 건교부 장관이 읽은 추모사에서 "영령들의 희생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정성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유족 대표 김대율씨는 "못다한 일 이룬다 한들 세상 만사 부질없다 여기시고 맺힌 한을 이제 그만 놓으시어 저 세상에서 행복하게 지내시라"며 흐느꼈다. 희생자 유족 황명애씨의 경과보고, 신달자 시인의 '신은 그날을 기억하십니까'라는 추모시 낭독, 지하철안전 시민협약식을 끝으로 추모식은 막을 내렸다.

황선윤 기자 <suy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 대구지하철 참사 일지 >

▶2월 18일 오전 9시53분 전동차서 화재

▶2월 25일 방화범 김대한 등 7명 구속

▶ 3월 10일~9월 2일 실종자 인정사망심사위 운영

▶4월 23일 수사결과 발표(12명 구속, 4명 불구속)

▶5월 16일 피의자 첫 재판

▶6월 17일~ 보상심의위원회 운영

▶6월 29일 합동영결식

▶7월 10일~12월 30일 중앙로역 복구

▶8월 6일 방화범 무기징역 선고(1심)

▶10월 21일 중앙로역 무정차 통과

▶12월 4일 방화범 무기징역(2심)

▶12월 31일 지하철 전구간 정상운행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