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호남권투자-姜雲太 광주직할시장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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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호남권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지난 6일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를 계기로 광주.목포.군산등 다른지역에 비해 비교적 낙후된 도시들이 투자유망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광주시는 호남권 중추도시로서 공단.택 지등의 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국내외 기업등을 대상으로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강운태(姜雲太.46)광주직할시장을 시장집무실에서 만나지방화시대에 발맞춘 광주권 개발계획과 기업유치 방안등을 들어봤다. [편집자註] 삼성그룹의 호남.경북권 투자계획이 발표된 6일 姜시장은 오전 내내 삼성그룹 고위경영진과의 잇따른 전화접촉을 갖고 투자 규모나 실행계획을 조목조목 캐물었다.
지난 9월말 시장으로 부임하자마자 「21세기 일등 광주」란 슬로건을 내건후 시정(市政)의 큰 물줄기를 지역경제활성화로 잡고 시(市)의 행정력을 집중시켰던 姜시장으로선 여간 큰 호재가아니기 때문이다.
姜시장은 부임 이후 두달여동안 서울 출장을 뻔질나게 다녔다.
광주지역개발에 대한 정부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서다.
때론 회의중인 내무부와 예산실의 담당 실.국장을 붙잡고 늘어져확답을 듣고서야 광주로 발길을 옮겼다.姜시장이 이처럼 지역경제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동분서주하다보니 어느새 「경제시장」「세계화 시장」이란 별명이 붙었다.
공사석에서 줄곧 「시한부 시장」임을 밝혀온 姜시장은 소신있게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춧돌을 만든후 미련없이 시장자리를 비우겠다고 했다.
다만 자기살림을 자기가 꾸려야하는 지자제 시대에 시의 재정자립 토대만은 재임기간중 이룩하겠다는 의지는 강해 보였다.
-삼성그룹이 이번에 내린 호남권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호남권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다 줄수 있을까요.
▲삼성의 투자방침이 설정된 이상 다른 대기업들의 호남지역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광주를 비롯한 호남지역은 우리나라가 「미래를 위해 아껴둔 마지막 땅」입니다.오염이 덜된 청정지역이지요.여기에 전자.자동차등 첨단공장을 많 이 유치하려고 애쓰고 있던차에 삼성이 내린 조치는 투자분위기를 살리는 기폭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따라서 삼성측이 투자계획을 앞당겨 내년부터라도 빨리 진출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삼성그룹의 투자내용에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요.
▲광주공항은 올해 국제공항으로 받돋움하기 위해 공항청사도 새로 짓는등 새 단장을 했지요.그러나 활주로가 1개 뿐이어서 국제선 비행기가 뜨고 내릴 정도로 사정이 넉넉하지는 못합니다.삼성그룹이 공항인프라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합니다.또 광주첨단사업단지 안에 반도체공장 건설계획을 하루빨리 구체화했으면좋겠습니다.
-그러나 기업측면에서 보면 도로.항만등 사회간접자본이 빈약한호남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한꺼번에 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기업들의 진출이 부진하다보니 자연 인프라투자 순위에서도 밀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던 것은 사실입니다.그러나 광주직할시만 보더라도 첨단산업단지.외국인전용공단 조성등에 따른 배후시설 확충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기업이 몰리 면 도로도 나고 항만 규모도 커질 것입니다.
-일반적인 얘기입니다만 인프라 외에 행정규제의 덫도 기업활동에 큰 걸림돌이지요.
▲동감입니다.제가 시장으로 부임한 이래 먼저 손댄 것이 바로행정 체질의 개선이었습니다.「6개월이내 허가」라는 식의 시한부행정절차 9백여건을 하나하나 분석해 인허가 기간을 33%정도 줄여 10월부터 시행하고 있지요.특히 창업등 기업활동등과 관련한 행정절차는 시장 직권으로 우선처리해주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기업들의 토지구입.공장건축.제품형식승인등과 관련한행정절차를 한곳에서 모두 처리할수 있는 기업전담 창구를 만들 계획입니다.또 시의회에 이미 제출된 「투자유치촉진을 위한 조례」가 연내 통과되면 지방세 감면혜택폭등이 커지는 등 기업들의 부담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입니다.그렇게 되면 행정서비스의 질은 아마도 전국 최고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시당국이 이처럼 기업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시민들의반응은 어떻습니까.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이 다가오면서 세계는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했고 여기에다 지자제 실시에 따른 도시간 경쟁시대도막이 올랐지요.특히 호남지역은 후발공업지역이다보니 호남인들 사이에는 이대로 있다간 낙후지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이에 따라 첨단기술을 가진 국내외 기업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는 사람이 애향시민이라는 이야기가 나올정도입니다.
-6일 발족된 「광주발전을 위한 투자유치협의회」도 시민들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창립된 것이라죠.
▲그렇습니다.「5.18」의 아픔을 치유하느라 지난 14년동안시민들의 역량이 많이 소진됐지요.그러나 이제 5.18의 숭고한민주.자유.정의정신을 앞으로는 창의.개척정신으로 승화하려는 시민정신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1일 망월동 성역화 조성공사가 첫삽을 뜨게 된 것도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준 것이지요.이에따라 기업인들이 정말로 살맛나게 공장을 운영할수 있도록 시당국과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지원할 생각입니다.
-9월말 이후 광주지역에서는 노사분규가 한건도 발생하지 않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다소 과격한 이미지로 비춰졌던 광주가 변하고 있다는 한가지증좌지요.부임후 대학생들에서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대략 2만5천여명을 만나 시정에 대한 조언을 들었습니다.여기서 저는 시민들의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를 피부로 느겼지요.특 히 대학생들의과격시위는 크게 줄었습니다.
-광주.전남지역에 기업들이 투자할 경우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다른 지역에 비해 절반값도 못되는 평당 30만원이면 원하는 땅을 마음대로 구입할수 있고 수계(水系)가 다양해 공업용수를 끌어다 쓰기 편하지요.또 매년 공고(工高)이상의 학력을 가진 고급인력들이 2만5천명씩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취 업률은 전국평균(61%)에 크게 밑도는 41%에 불과합니다.인력구하기가그만큼 쉽습니다.호남지역이 곡창지대여서 제조업 외에 대규모 농산물 가공공장 건설을 권하고 싶습니다.
-기업과 지자체의 바람직한 협력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방화시대가 도래한 만큼 공장을 하나 건설한다는 자세보다독립법인 형태의 진출이 많아져야 되겠지요.
또 기술인력도 현지에서 양성해야 기업의 뿌리를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특히 기업이 투자계획을 마련할때 현지에서 공청회나 주민여론조사등을 통해 사전에 현지의견을 수렴하면 기업투자는 더 원활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난달말부터 「사은(謝恩)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사은행정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지방정부도 기업들처럼 시민들이 시정에 동참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는 예의를 표시하고자 실시하는 것입니다.
시가 특별예산을 편성해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연탄보일러를 고쳐주고 가스공사등과 힘을 합쳐 가스누출 점검을 해주고 있습니다. [光州=高允禧기자.사진 林榮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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