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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코미디극장 돼버린 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6일의 국회 본회의는 한 편의 코미디프로였다.
한 병의 술만 그 곳에 있었어도 시정(市井)의 극장식당과 다를 바 없었다.그러나 아주 슬픈 코미디였다.한 달간의 공전 끝에 열린 첫번째 회의라는 점에서 그렇다.
발단은 민주당 이윤수(李允洙.성남수정)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비롯됐다.회의시작 직후 황낙주(黃珞周)의장은 李의원에게 발언권을 주었다.그러나 李의원은 본회의장에 없었다.그가 나타난 곳은 지방기자석이었다.깜짝쇼였다.며칠전 이춘구(李 春九)부의장이 예산안 날치기 사회를 본 곳이다.李의원은 발언을 시작하려 했다.그러자 본회의장 여야(與野)의원석에서 고함이 터졌다.『내려오라』는 것은 여당의원의 고함이었고『그대로 하라』는 것은 야당의원들의 그것이었다.기자석에서는 웃음 이 터졌다.
黃의장은 즉시 정회를 선포했다.지방기자석에서의 발언은 인정할수 없다는 것이었다.회의는 2시간 동안 중단됐다.
간신히 회의가 속개됐지만 코미디는 계속됐다.민주당 신기하(辛基夏)총무가 발언에 나섰다.그는 예산안통과의 원인무효를 주장했다. 말인즉 이러했다.
평의원의 발언은 안되는 곳에서 어찌 李부의장은 사회를 볼 수있느냐는 것이었다.따라서 예산안통과는 무효라는 주장이었다.그는黃의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黃의장은『국회법 어디에도 의장이 의장석에서 사회를 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또다시 고함이 터졌다.黃의장은 안경을 바꿔 썼다.준비된 답변서가 제대로 안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고함을 지르던 의원들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기 자석에서도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야당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그러나 黃의장은 회의를 마치려 했다.산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기 시작했다.그러자 민주당 장영달(張永達.전주완산)의원이단상으로 달려 갔다.의사봉 받침대를 빼앗았다.
黃의장이 의사봉을 두 번 밖에 두드리지 못한 순간이었다.黃의장은 책상을 받침대로 삼았다.
이렇게 휴회가 되자 야당의석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일어났다.이해찬(李海瓚.관악을).박계동(朴啓東.강서갑)의원이 자기당총무단을 향해『사쿠라들』이라고 고함을 지르자 야당총무단은『너희들이 한번 해 보라』고 맞받았다.
이제 웃음은 민자당의석에서 터졌다.슬픈 코미디 한 편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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