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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체력은 좋지만 금융이 문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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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10면

마무리 공사 중인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블룸버그 뉴스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중국에 쏠리고 있다. 허약해진 미국의 공백을 중국이 메워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주저앉으면 세계 경제는 큰 충격파에 휘말릴 수 있다.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는

중국은 2000년 이후 매년 10% 안팎씩 성장하고 있다. 성장률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일부에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경제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주식 등 자산시장에서 버블이 붕괴하고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크게 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위기를 진단할 때 쓰는 거시경제 지표를 보면 위기 징후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성장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국가채무 비율 등은 매우 양호하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9%에 달하는 등 물가가 불안해 보이지만,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2001~2003년 2%를 넘었던 것이 2006년에는 1.3%로 낮아졌다. GDP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0% 미만으로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기는 하다. 금융시장 관련 지표들이 그렇다. 우선 금융회사가 민간에 꿔준 돈이 많다. 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이 100%를 넘어섰다.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자산가격이 떨어지고 채무 불이행이 늘면 금융권 부실자산이 쌓일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집값, 땅값이 급등하자 부동산 담보대출을 늘렸다.

전체 대출의 30% 선을 웃돌고 있다. 금융회사 부실채권도 여전히 많다. 전체 대출 대비 부실자산 비중은 공식 통계를 기준으로 약 10% 수준이다. 하지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은 부실채권 비중이 여전히 20%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호한 거시지표와 불안한 금융시장 지표는 상호작용하면서 8월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한국(1988년)과 일본(64년)의 사례를 보면 여름올림픽은 경제에도 큰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나라 모두 올림픽 이후 성장이 둔화됐다. 한국 경제는 올림픽 개최 3년 전인 85년 6.8% 성장한 이후 86~88년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올림픽 이듬해인 89년에는 성장률이 6.7%로 낮아졌다. 일본 경제는 올림픽 개최 2년 전인 62년 6.4%, 63년 10.6%, 개최 연도인 64년에는 13.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림픽 개최 이듬해인 65년에는 5.7% 성장하는 데 머물렀다.

올림픽 이후 한국과 일본 증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국은 올림픽 한 해 전인 87년 연평균 주가 상승률이 92.6%에 달했다. 또 88년에는 72.8% 정도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89년에는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의 주가는 올림픽 한 해 전인 63년에 9.7% 올랐지만, 정작 올림픽이 열린 64년에는 11.7% 떨어졌다. 이듬해에도 4.1% 하락했다. 66년에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지만 이후 다시 조정을 받았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07년 11.5%에서 2008년 10%대로 낮아질 것으로 IMF는 예상하고 있다. 주가는 본래 예측하기 힘들지만, 올림픽 이후 한국처럼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증시가 올림픽 이후 급락한다면 앞서 말한 금융시장 불안 요인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경제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이미 부동산 등 다른 자산가격도 거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급락하면서 이미 진행 중인 서브프라임 사태와 맞물리면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 외에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경제권은 별로 없다. 유럽연합(EU)이 거론되지만 자체 경제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며, 인도와 브라질·러시아 등은 아직 덩치가 크지 않다.

한국과 일본에서 얻은 학습효과 때문일까. 다행히 중국 정부는 미리 대비하고 있다. 2007년 한 해 동안 지급준비율을 10차례 올려 돈줄을 죄고 있다. 은행권의 신규 대출도 강력히 억제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흘러드는 것을 막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의 설비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배당금 지급도 추진 중이다.

자본시장 불안을 사전에 제거해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를 겪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으로 보인다. 이런 노력이 효과를 거둔다면, 탄탄한 실물경제 덕분에 중국은 큰 문제없이 2008년 한 해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 미국 워싱턴주립대 경제학 박사
● 국회예산정책 경제분석관(2004년 5월~올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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